1·10 부동산 대책도 국회 막혔는데… ‘8·8 대책’ 37% 법 제·개정 필요

입력 2024-08-12 03:12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8·8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세부 정책 중 상당수는 법률 제·개정이 필수여서 현실화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정부는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속도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촉진법’을 만들고 기존 법안도 고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심사’를 예고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10 부동산 대책에 담겼던 ‘실거주 의무 폐지’ ‘30년 이상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의 정책이 21대 국회 여소야대 국면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던 전례가 22대 국회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8·8 부동산 대책에 담긴 49개 세부 추진과제 가운데 관련 법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18건(37%)이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정책 13건 중 8건(62%)은 이른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이나 기존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계획 통합처리’ ‘최대 용적률 30% 포인트 추가 허용’ ‘공사비 등 분쟁 조정 강화’는 모두 촉진법 제정을 전제로 한다. 비규제지역 내 재건축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의 취득세를 최대 40%까지 감면해 주는 정책도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고쳐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허사가 되는 셈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관련 대책도 18건 중 6건(33%)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소형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에 한해 ‘6년 단기임대 등록’ 제도(민간임대주택법)를 신설하는 방안이 해당한다.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에 취득·재산세 감면 일몰기한을 2027년 말까지 연장(지방세특례제한법)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나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 확약 등은 서울시의 협조나 정부의 시행령 개정 등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 도심 공급과 직결된 정비사업이나 비아파트 시장 확대는 야당 협조가 필수인 상황이다.

이에 여야의 협상 결과가 8·8 대책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법안에)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이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내용만 넣어 정치적 이슈로 샅바를 잡히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입법 과제가 수두룩한데 상임위원회나 야당에 어떤 사전 설명도 없었다”며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확보를 위해 공사비 인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실질적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행령·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은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비아파트 매수자의 ‘청약 무주택’ 요건 확대(주택공급규칙)나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에 주택연금을 활용(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하는 방안 등은 이르면 다음 달 시행될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