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미 영락교회 장로는 여성 처음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부총회장을 지냈다. 예장통합 여성위원장도 맡아 지난달 ‘예장통합 여성안수 30주년 기념행사’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교단을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인 김 장로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락교회 창립 8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을 비롯해 장로회신학대·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이사,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공동회장, 한국교회봉사단 공동단장,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이사장실에서 만난 김 장로는 여성 리더십이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교회를 조화로운 신앙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장로는 “140년 전 복음이 전해지면서부터 여성들이 계몽되고 사회적 신분이 향상되기 시작했다”면서 “장로로서, 예장통합 최초의 여성 부총회장으로 섬긴 것 자체가 알게 모르게 교회 안에 있던 유리 천장을 깨뜨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무엇보다 부총회장으로 섬긴다는 건 매우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는데 기도하면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헌신했고 교단을 따뜻하게 섬기려 노력하며 또 다른 여성 지도자가 세워지길 꿈꿨다”고 말했다.
김 장로의 집안에는 교회와 교단을 위해 봉사한 인물이 적지 않다.
아버지 김성섭 동신교회 원로장로는 예장통합 총회 부회계와 회계를 지냈는데 총회가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 때 은밀히 재정 지원을 했던 사실이 당시 총회장이던 김윤식 목사의 신문 기고문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 장로도 부총회장이 되기 전 총회 서기를 지냈다. 예장통합 1호 부녀 임원으로 섬긴 셈이다. 조부(김내흠)부터 아버지와 오빠(김재형)까지 3대가 장로인 것도 집안의 신앙 유산이다.
외조부 김상현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 순교 순직심사위원회가 첫 순교자로 추서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해 고초를 겪었던 김 목사는 해방 후 공산 치하의 평안북도 용천 대성교회를 떠나지 않고 교인을 돌보다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순교했다.
김 장로는 전국 회원 130만여명을 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을 지내며 여성 지도자로 토대를 닦았다.
그는 “1928년 창립한 ‘조선예수교장로회 부인전도회’에 뿌리를 둔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여사와 한국YWCA와 서울여대를 설립한 김필례 여사 등이 회장을 지낸 유서 깊은 단체로 예장통합 산하단체 중 유일한 여성 단체”라면서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교단 여성안수 허락의 모태도 됐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나 총회에서 여성 리더십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남녀 지도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때까지는 교회에서부터 장로 피택 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고 꾸준히 교회 문화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주선애(1924~2022) 교수를 꼽았다. 우리나라 기독교교육의 문을 연 주 교수는 숭실대와 장로회신학대에서 후학을 길렀고 여전도회전국연합회 21·25대 회장을 지냈다.
김 장로는 “주 교수님은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던 어른이셨고 어머니 김성숙 권사님과도 오랜 친분이 있으셨다”면서 “생전에 여성들이 늘 깨어있어 기도하는 어머니, 기도하는 여성이 돼 나라와 민족의 등불이 돼야 한다고 수시로 당부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아와 탈북인들을 품으셨고 은퇴 독신 여 선교사를 위한 보금자리도 만드셨는데 언제나 순수한 믿음과 주님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헌신하시며 아낌없이 베푸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다. 그분을 삶을 배우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했다.
‘선한 영향력’과 ‘균형 잡힌 리더십’이 교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한다고 한 김 장로는 “굳이 ‘여성 지도력’이라고 한정 지어 말할 필요는 없고 구약 성경의 드보라처럼 신앙과 용기, 지혜, 협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확산해가면 되는 일”이라면서 “드보라는 바락 등 당시 다른 지도자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공통의 목표를 달성했는데 이때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리더십이 큰 도움이 됐다”며 성경적 여성 지도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여성들에게도 권면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장로는 “지도력은 성별이 아니라 부르심과 봉사의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복음의 메시지를 따라 우리 아들, 딸들이 모든 의사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아 세상을 복음으로 이끌어가는 생명력 넘치는 교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이뤄야 할 과제”라면서 “교회 내에도 여전히 유교적 여성관과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면 신학적인 재평가와 제도 개혁,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