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선수의 개인전 결승을 보다 상의 로고에 눈길을 주게 됐다. 등산용품점에서 보던 패션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로고였다. ‘코오롱스포츠가 양궁을 후원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국제 체육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경기복, 신발 등을 후원하는 다양한 패션기업이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홍보하는 데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십억명에 브랜드 노출 기회
11일(현지시간) 폐막한 파리올림픽 시청자 수는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무려 30억명이었다. 200여개국 선수들의 단복이나 경기복 브랜드도 세계인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단복은 각 나라의 문화와 특색을 한눈에 보여줬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작한 단복을 입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올해는 전통 관복을 재해석한 허리띠와 진취적 느낌에 차분함을 더한 벽청색이 특징이었다. 이번 단복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선정한 ‘베스트 단복 톱(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수 국민은 무신사를 일본 브랜드로 알지만 실제론 2003년 만들어진 토종 기업이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파리올림픽 스포츠 의류 분야 후원사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팀코리아의 최장기 후원사로 활약 중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시상용 단복, 후드와 티셔츠 등 일상복, 운동화와 모자 등까지 총 23개 품목을 후원했다.
종목별로 후원하는 곳도 존재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양궁 대표팀을 후원했고 국내 최초로 양궁 전용화를 개발했다. 양궁계의 ‘늘 푸른 소나무’라 불리는 김우진 선수의 가슴팍에 있는 코오롱스포츠의 소나무 심벌은 경기 중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4일 김 선수의 개인전 결승 수도권 시청률은 20%를 돌파했다. 470만명 넘게 시청했다. 당연히 코오롱스포츠가 후원한 단복도 함께 주목받았다.
신유빈 선수를 비롯해 탁구 종목에서 맹활약한 선수단의 경기복은 탁구용품 브랜드 버터플라이였다. 선수단 상의의 나비 모양은 버터플라이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나이키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초로 채택된 종목인 브레이킹 댄스 대표팀 유니폼을 후원했다. 아디다스는 펜싱 남자 사브레 팀 중 구본길 선수와 오상욱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올림픽에서 아디다스 펜싱화를 착용했다. 28일부터 시작되는 패럴림픽 단복은 이랜드의 SPA브랜드 ‘스파오’의 작품이다.
금빛 단복 양정모 첫 금메달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단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이 처음이다. 72년 제20회 뮌헨올림픽과 76년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상징하는 황금색 단복을 입었다.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금빛 단복을 입고 출전한 레슬링 국가대표 양정모가 건국 이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때까지는 디자이너가 단복을 만들었다.
80년대부터는 스포츠 의류업체들이 단복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코오롱FnC는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5번 연속으로 올림픽 단복을 제작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훼르자’가 맡았다.
올림픽 단복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단복 모두 삼성물산의 ‘빈폴’이 디자인했다. 리우올림픽 단복은 한복과 태극기에서 얻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가장 스타일이 멋진 단복’ 5위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후원금이 부담스럽더라도 홍보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패션업계 이외에 식음료 등 많은 기업이 후원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