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한 (9) 독일대학생선교회 집회 참여… 경건주의 전통 체험

입력 2024-08-13 03:04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은 유학 시절 독일대학생선교회(SMD) 활동에 참여하며 독일 경건주의 전통을 배웠다. 사진은 당시 SMD 단체 사진. SMD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가 가톨릭이 주류인 국가라면 독일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영향으로 개신교가 주류인 국가다. 프랑스는 천주교 세력이, 독일은 개신교 세력이 사회를 끌고 나간다. 그만큼 독일에서는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도 ‘위그노’란 개신교인과 개혁교회가 있으며 독일에도 가톨릭이 있다.

독일 개신교에는 주류교회인 루터교와 개혁교회, 연합교회가 있다. 이들 교단 안에는 미국처럼 교파 분열이 없으며 진보와 보수 진영만 있다. 교인들의 신앙 교제와 소명 강화를 위해 진보 진영은 ‘교회대회’(Kirchentag)를, 보수 진영은 ‘공동체대회’(Gemeindetag)를 개최한다.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는 교회대회에 속하고, 선교신학자 페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공동체대회에 속했다. 진보 진영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보수 진영은 복음 전도에 우선성을 둔다.

독일의 주류 교회인 루터교는 종교개혁 후 1세기가 지나자 말씀대로 살려는 신앙이 약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7세기에 일어난 신앙 운동이 프랑크푸르트의 필립 야콥 슈페너와 할레의 아우구스트 헤르만 프랑케 중심으로 일어난 경건주의 운동이다.

18세기 니콜라우스 루드비히 폰 진젠도르프 백작의 영지인 헤른후트 기독교 정착촌의 ‘모라비안 운동’도 이 경건주의 운동의 일환이었다. 경건주의 전통은 종교개혁을 완성한다는 취지로 각 교회 내 신앙 그룹이 만들어져 기도와 말씀 실천을 생활화한 운동이다.

독일 슈베비슈할에서 독일어 회화를 공부할 때 한 독일 가정에 초대받았다. 식사 시작 전 성경 한 장을 다 읽고 마칠 때 다시 성경 한 장 다 읽고 기도하는 모습을 봤다. 이들이 보여준 경건의 열성을 보고 내심 놀랐다. 튀빙겐대 신약학이 오늘날에도 성경적 전통을 잘 이어가는 것도 신학자 요한 알브레히트 벵엘에서 시작한 경건주의 전통이 칼 하임, 오토 미셸, 피터 슈툴마허 등으로 계승됐기 때문이다. 튀빙겐의 벵엘하우스도 영국의 틴델하우스처럼 신학생 기숙사를 마련해 성경 중심의 신앙을 전수하는 전통이 있다.

1949년 설립된 독일대학생선교회(SMD)는 이런 경건주의 전통에서 나온 대학생 신앙 운동이다. 70개 대학지부와 250개 중·고교생 성경모임이 있다.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학생들이 기도하는 모임으로 매일 정오 기도회로 모이며 매해 전체 집회를 한다. 나도 SMD의 정오기도회와 경건회에 참석했는데 이들 모임은 인격적 신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학생들은 자유주의 신학을 배우더라도 이 경건회의 도움으로 종교개혁적 신앙을 유지했다.

정오기도회뿐 아니라 SMD의 ‘그룹 성경모임’(Gruppenbibelkreis)에도 참석했다. 여러 나라 학생이 모여서 성경을 공부하고 신앙 교제를 갖는 시간이었다. 야외로 나가 등산하고 산책하며 친교를 나눴다. SMD는 독일 교회의 종교개혁 전통과 17세기 경건주의 운동의 유산을 오늘날에도 이어가고 있다. SMD 활동으로 독일 대학 신학부의 자유스러운 학풍 가운데서도 살아 있는 경건주의 전통을 체험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