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여권의 분열 획책이라는 경계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당내 다양성 회복의 기회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야권 내 지형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김 전 지사의 복권 자체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15 광복절 복권 대상에 김 전 지사가 포함돼 있다면 환영할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이 이재명 당대표 후보 일변도의 당 분위기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대선 후보급으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가 복귀해 세력을 모아 일정한 역할을 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 복권은 더 큰 민주당이 되는 기회이며, 당원과 국민의 선택 폭이 커질 것”이라며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도 불식하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한다”고 적었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도 “김 전 지사 복권은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다양성과 역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복권되더라도 바로 정치에 복귀하진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되더라도 연말까지 독일에 체류할 것 같다. 김 전 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 합류하려는 당내 그룹이 있겠지만, 신중하게 당 상황을 보며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전당대회 진행 중에 여권에서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꺼낸 건 분열 획책의 의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장경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하필 왜 지금인가. 하려면 작년에 진작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 전 지사 복권이 야당에 대한 협치 신호는 물론 민주당 분열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 협치의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도 “야당 내 지형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우리에게 나쁠 건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지사 본인이 뉘우치지도 않았는데 복권한다면 보수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종 복권 명단은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22년 말 사면된 지 1년8개월 만에 피선거권을 되찾게 된다.
이동환 이종선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