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찾은 ‘마르쉐@’ 채소시장은 장바구니에 각종 채소를 가득 담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서울 마포구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타운 서교’에서 열린 시장에는 방문자들이 작물에 대해 묻거나 시식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개구리참외와 사과참외와 같은 생소한 이름의 참외와 서머 스쿼시, 스파이시 바질 등 일반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농작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마르쉐@(이하 마르쉐)’는 쓰레기 없는 대안 장터다. 2012년 10월 혜화동에서 첫 장이 열렸다. 마르쉐는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e)’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앳(@)’을 붙인 명칭이다. 마르쉐는 한 달에 네번 꼴로 크게 두 가지 시장을 연다. 농부시장은 60여 팀의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이벤트팀이 함께하는 시장이다. 지난 5일 열린 채소시장은 신선채소 위주의 농부팀과 요리사팀이 참여하는 작은 시장 형태로 2019년 시작됐다.
경기도 가평에서 농사를 짓는 황진옥씨는 마르쉐에 참여한지 8년째다. 직접 방목한 닭의 유정란과 토종 오이, 고구마순, 꽈리고추 등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직거래가 아니고선 판로를 찾을 수 없는 소농, 전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농가들이 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격화되지 않은 채소들을 고객들과 대면해 판매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시장의 생산자이자 판매자들은 장사만큼 대화를 중시한다. 2년 반 전부터 마르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A씨는 이곳에서 오미자를 판매한 지 5년째다. 그는 “마르쉐 손님들은 농사 방식이나 추천 작물, 레시피 등 가격 대신 본질을 묻는다”고 했다. 매번 이 시장을 찾아 먹거리를 사는 라모(25)씨는 “농업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마르쉐는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 1회용 식기나 봉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개인 식기구나 장바구니를 가져오도록 권장하는 식이다. 음식물을 퇴비로 전환시키는 ‘퇴비클럽’ 외에도 다양한 강연, 전시, 공연을 진행한다. 마르쉐 기획팀 문소라씨는 “기습적인 폭우로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올해도 많았다”며 “기후위기라는 일상 최전선에 농부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농업과 먹거리와 관련된 활동들은 가치소비 욕구가 강한 2030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마르쉐 이외에도 제주 올바른농부시장과 충남 당진의 당장,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보름장, 경기도 양평의 두물뭍 시장, 파주의 햇빛장 등 개성 넘치는 시장들이 농부시장에 대한 지향을 공유한다.
글·사진=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