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뻔한데, 특검법 또 던진 민주… “입법권 희화화”

입력 2024-08-09 00:04 수정 2024-08-09 00:04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오른쪽) 의원이 8일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한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수사 대상에 김건희 여사 이름을 넣은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앞선 두 건의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상황에서 보다 센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만큼 여당과의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검법 반대만 외치는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폐기될 걸 알면서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회 입법권을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사건’이라고 명시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이전 특검법에는 이 내용이 없었다.

민주당은 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 역시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명 로비의 연결고리가 김 여사일 수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특검에서 밝혀야 한다”며 “김 여사가 연관돼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 기간도 대폭 늘렸다. 종전 법안은 특검 임명 후 20일의 준비기간 후 70일 동안 수사하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준비기간에도 증거수집 등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는 김영철 검사 탄핵 관련 청문회를 마친 뒤 특검법의 법사위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을 국회에서 쉽게 통과시킬 수 있는 방식과 통과는 좀 어렵더라도 실질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방식 중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훨씬 커졌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폐기를 예상하면서도 더 강한 특검법을 내놓은 것을 두고 문제 해결보다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법권의 희화화이자 남용”이라며 “특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 공격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에 비교적 탄력적인데도 협상 노력을 하지 않는 건 민주당에 협치 의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박장군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