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553차례 ‘SM엔터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구속 기소

입력 2024-08-09 02:11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달 22일 서울남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8일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카카오 측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SM엔터 인수를 꾀했고, 김 위원장 주도로 조직적인 시세조종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이날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김 위원장 등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그룹의 SM엔터 주식 매수가 은밀한 방식의 대량 장내 매집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초반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모펀드 자금 1100억원을 이용해 장내 매집을 했다. 공개매수 기간 후반기에는 하락세의 SM엔터 주가를 카카오그룹과 카카오엔터의 자금 1300억원을 이용해 다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총 4일간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SM엔터 주식의 5% 이내 범위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카카오가 이 방법으로 SM엔터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그 결과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로 이어졌다고 본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우려 때문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자산이 2조9248억원이었으나 부채가 약 1조5518억원에 이르고 당기순손실이 약 4380억원에 이르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이에 카카오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SM엔터를 인수하게 해 카카오엔터의 경영 상황을 개선하고, 나아가 주식 상장을 노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와의 법정 다툼이 카카오의 불법적 시세조종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 SM엔터와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 계약을 통해 SM엔터 지분 약 9.05%를 값싸게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약 후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목적을 의심한 이 전 총괄은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목적이 드러나 가처분 패소가 예상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카카오 측의 범행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SM엔터 인수전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고가에 매수한 일반 투자자들이 이후 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상실시키고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