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월 임시국회에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8일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간 상시적 정책협의기구인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의 전제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환을 요구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새로운 ‘채상병 특검법’도 발의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대해 ‘화전양면’(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전쟁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라고 반발하면서 22대 국회 개원 후 70일 만에 조성된 여야 간 협치 무드가 하루 만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배준영 국민의힘·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8월 중 얼마 남지 않은 본회의 중에라도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법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구하라법이나 간호법은 지금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 것은 충분히 여야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자녀 사망 시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다.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이다.
다만 이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 법안을 제외한 여야가 타협 가능하고 별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은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하면 좋겠다고 (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간) 쟁점이 없는 걸 언제든지 처리하자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여야정 협의체의) 전제조건은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만 있을 때 과연 여야가 발전할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대통령까지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요구한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였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생과 관련해 조건 없는 대화,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도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앞에서는 휴전협상 나올 듯이 해놓고 뒤로는 뒤통수를 칠 궁리만 하는 화전양면 전술과 다를 바 없다”며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비판했다.
야당이 단독처리한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모처럼 조성된 여야 간 협치 무드를 깨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