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항공유 수출 ‘고공비행’… 상반기 70% 증가

입력 2024-08-09 03:03

국내 정유 4사가 일본에 항공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일본 관광 호황에 따른 항공유 수요 증가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항공유 수출 1위 국가인 한국에 러브콜이 쏟아지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일본으로의 항공유 수출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에 561만 배럴의 항공유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0만 배럴에서 70% 증가한 규모다. 항공유 총수출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13%로 확대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일본향 수출 물량이 거의 없었는데 연초부터 수입 문의가 들어왔고 6월 중 석유 트레이딩 회사를 통해 수출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들어 항공 운항이 급증하며 항공 연료난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은 총 1778만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선 항공 연료가 부족한 데다 인력 부족 문제가 겹쳐 증편이나 신규 취항을 늦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중국에서 항공유를 충당해야 하는 처지였던 셈이다.

업계는 일본이 항공유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늘릴 수 없어 수출 호황이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본 정유업계는 10년 전부터 수요 축소를 예상하고 정유 공장을 통폐합해 정제능력과 연료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원유를 분별 증류해 만드는 항공유의 특성상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히로카네 켄지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가동률을 늘리면 다른 연료가 남아돌 가능성이 있다”며 “항공 연료 수입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수입 확대를 위한 일본 내 움직임도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6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 연료 수입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기토 슌이치 일본석유연맹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필요에 따라 항공 연료를 수입하겠다”면서 수입원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장점에 더해 한국산 항공유가 일본 제품보다 우수한 품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 수출 확대에 주효했다”며 “하반기에도 수출 추세 유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