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당 후보에 “대선 후보 누구?”… 민주, 낯 뜨거운 ‘찐명 경쟁’ 부추기기

입력 2024-08-09 01:31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계파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차기 대선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지난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누가 더 ‘찐명’인지를 가늠하는 것으로 충성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회의는 8일 경기도당위원장 후보들이 제출한 질의서를 공개했다. 재선의 강득구(왼쪽 사진)·김승원(가운데)·민병덕(오른쪽) 의원이 출마해 과열된 경쟁 구도에서 후보들은 하나같이 친명임을 부각하는 답변을 내놨다. 강 후보와 김 후보는 혁신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강 후보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뿐”이라며 “지방선거보다 대선이 더 빨리 치러질 수 있다. 준비된 대통령은 이재명 전 대표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최근 발표한 연설문에 담긴 ‘먹사니즘’에는 이재명 대표님의 철학과 구상이 탄탄하게 담겨 있어 바로 내일 대통령직을 수행해도 충분하겠다는 확신을 준다”고 답했다. 민 후보도 “이 전 대표가 당원주권의 비전은 물론 우리 사회의 비전으로 ‘먹사니즘’과 ‘기본사회’를 제시하는 등 시대정신 위에 우뚝 서 있다”고 표현했다.

후보들은 이외에도 당원의 마음을 잡기 위한 답변을 다수 내놨다. 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본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후보 측으로부터 3건의 고발을 당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며 “대선 당시 ‘김건희’란 이름을 거론하길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방정부 재정자립도 향상 정책’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은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한 지자체장 출신 당대표를 둔 정당”이라고 답했다.

혁신회의는 당대표 경선에서 김두관 후보를 비판하고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소속 의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선 한 후보가 혁신회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당원 행사에 걸었다가 항의를 받는 등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내에선 혁신회의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선거에서 대선 후보가 누가 돼야 하는지를 묻는 건 처음 봤다”며 “질문하는 혁신회의나 답변하는 후보들이나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회의가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한 건데 당 선관위는 왜 경고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총선 이후 자신감이 충만해진 혁신회의가 당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혁신회의는 해당 지역에 혁신회의 소속 후보들이 출마한 만큼 당원들의 선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동환 박장군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