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탈민 얼마나 많을까… 업계 “구도 유지”에 무게

입력 2024-08-09 03:11

배달의민족의 배달 중개 수수료와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이 앞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당장은 ‘탈배민’, ‘탈쿠팡’ 움직임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배민은 9일부터 ‘배민1플러스’ 배달 주문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한다. 대신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입점 업체의 고정부담 배달비는 내렸다. 업주들은 배달 건수와 주문 액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까봐 우려하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최근 ‘탈배민’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럼에도 배민 이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민은 최소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배민에서 탈퇴할 경우 주문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 손쉽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치킨집 사장 이모씨는 “소비자들이 배민을 워낙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매출을 높이려면 좋든 싫든 배민에 입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7일부터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과 연계되는 만큼 ‘탈팡족’ 규모에 따라 플랫폼 안정성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츠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업계 최초로 무료 배달을 실시해 배민을 추격 중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인다.

쿠팡 역시 이번 회비 인상이 대규모 ‘탈팡’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쿠팡이 이미 지난달 회비 인상 계획을 밝혔음에도 이용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고,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여파로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쿠팡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덕이다.

실제 지난달 이용자 수 관련 지표에선 유의미한 업계 내 지각변동이 관측되지 않았다. 오히려 배민과 쿠팡이츠의 이용자 수는 각각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7월 배민의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는 2251만명으로 여전히 업계 압도적 1위다. 전년 동기간 대비 10.8% 늘어났다. 쿠팡이츠도 7월 이용자 수 810만명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요기요는 ‘라이트 요금제’를 통해 기본 주문 중개 수수료를 9.7%로 인하하면서 추격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 최저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무료배달 구독제 상품 대상 가게의 경우 배달비를 부담해주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선두를 달리고, 나머지 두 기업이 따라붙는 배달앱 3사의 경쟁 구도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업계 전반을 위해선 ‘인상 경쟁’보단 상생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달 수수료·멤버십 회비 인상 등 영향으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늘어나자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오는 10월 중 상생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