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내수 침체… 이달 금리 인하 해야” KDI의 경고

입력 2024-08-09 03:1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0.1% 포인트 낮추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나아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으므로 그때도 (금리 인하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한은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KDI는 8일 ‘2024년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민간소비·설비투자 침체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5월) 전망보다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발표했다. 그러다 5월 들어 2.6%로 0.4% 포인트 상향했다. 하지만 3개월 새 정부 예측치(2.6%)보다 0.1% 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재조정했다.

KDI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고금리 장기화를 지목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서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수출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설비투자 등이 늘지 않는 것에는 고금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조금 더 안정된 상황에서 금리가 정상화된다면 불필요한 내수 부진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특히 “KDI는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지금 국내 경제 상황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KDI는 고금리 여파 등을 고려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로 조정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2.2%)에서 1.8% 포인트 낮은 0.4%로 봤다. 다만 반도체 경기 호조세 등을 감안해 올해 총수출 증가율은 기존 5.6%에서 7.0%로 1.4% 포인트 높여 잡았다. 경상수지도 기존 전망(703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77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하향 조정을 토대로 기존 전망(2.6%)보다 낮은 2.4%로 전망했다.

‘조기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며 한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국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판단 실책’이 거론되면서 금리 결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과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리 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이 오는 22일 금통위서 ‘조기 금리 인하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