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폭염경보. 체감온도 35도 이상. 충분히 물 마시기, 그늘에서 휴식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세요.’ 어김없이 폭염경보 안전안내문자가 휴대전화를 울렸다. 8일 서울 최고 기온은 33도. 10분만 걸어도 옷에 땀이 찼다. 찜통더위에 찾은 서울 광진구 동원교회(이기영 목사) 제2교육관. 문을 열자마자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교회 교육관은 카페처럼 꾸며져 있었다.
자리 한쪽에선 방문객들이 바둑을 두며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카페 안내데스크엔 커피를 비롯해 컵라면 등 먹거리가 정돈돼 있고 누구든 열 수 있는 냉장고엔 콜라와 사이다 등 음료가 가득했다. 카페 내 모든 음식은 무료였다.
이 교회 카페는 전국 5만5000여 ‘무더위 쉼터’(실내) 중 한 곳이다. 무더위 쉼터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지정하는 시설로 폭염 대책 기간에 운영된다. 동원교회는 지난해부터 교회 카페를 쉼터로 내어주고 있다. 교회는 쉼터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교회 부속 건물 중 교육관 카페를 개방했다. 종교가 없는 지역주민들에게 본당 건물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우 지자체로부터 전기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동원교회는 광진구청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교인들이 직접 무더위 쉼터 도우미로도 봉사한다. 이 교회 김기탁(64) 장로는 “지역주민을 위해 시작한 일이기에 교회에서 지자체 지원을 요청하진 않았다”며 “그저 많은 주민이 이곳에서 잠시 무더위를 피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교회 카페를 이웃을 위한 무더위 쉼터로 활용하는 교회는 또 있다. 서울 금천구 산돌중앙교회(김연정 목사)는 여름마다 교회 북카페를 무료 쉼터로 운영 중이다. 쉼터는 올해 4년 차로 무인카페로 운영된다. 이 교회 북카페 역시 방문객에게 커피 메밀차 녹차 등 모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음료는 매주 두 가정이 후원하는 20만원으로 마련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 쉼터의 단골은 어르신을 비롯해 대학생, 이동노동자다. 이날 이곳을 찾은 조수빈(22)씨처럼 아침과 점심에 이곳을 찾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인근 직장인도 적지 않다. 길을 지나치다 우연히 쉼터를 발견하는 이들도 있다. 황수지(가명·44)씨는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가 이곳에서 병원 예약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 같은데 카페라서 부담 없이 찾기 좋은 것 같다. 오늘 처음 왔는데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최소 16.5㎡(5평)의 개방된 공간에 냉방시설과 좌석을 갖춘 교회라면 지역 주민센터를 통해 실내 무더위 쉼터를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쉼터로 등록된 교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쉼터를 개방해야 하고 지자체로부터 연간 운영비 5만~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글·사진=이현성 김동규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