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사역&일시 귀국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은 확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잇따라 암살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면전 양상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유진상 이스라엘 선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보복에 대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높아 뉴스에서도 전쟁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쟁 이야기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한인교회들은 매일 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기도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유 선교사는 전했다.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떠난 가족이나 학생들이 돌아오기 어려워진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대부분 한인 성도들과 교회들은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노의 시대에서 자라나는 다음세대에게 복음이 올바로 전해지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접경국이자 또 다른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본거지 레바논에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한 달 전 소속 교단의 요청으로 레바논에서 일시 귀국한 김성국 선교사는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 있는 남쪽 주민들이 북쪽으로 이주하고 있다. 일종의 난민 생활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현지인보다 커서 해외 선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일시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치안 붕괴 속 기독교인 박해도
반정부 시위 격화로 총리가 해외로 도피한 방글라데시에서는 약탈과 방화로 인한 혼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00여명이 사망한 데 이어 지난 4일 하루 동안 100여명이 숨졌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통행금지령으로 외출 시간이 제한됐으며 경찰이 근무를 거부하면서 치안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방글라데시에서 22년째 사역 중인 이민재(가명) 선교사는 “한 지역에서는 통행금지 때문에 교회와 학교 사역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서 “경제활동마저 여의치 않다. 현지 성도들이 일용직 일자리마저 잃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변방 지역에서 사역 중인 최모세(가명) 선교사는 수도 다카의 현지인 A목사로부터 받은 서신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치안과 정세가 불안한 틈을 타 현지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방글라데시는 대표적인 무슬림 국가이기도 하다.
군부압제 속 꺾이지 않는 예배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으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거세다. 현재까지 사망자만 20명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베네수엘라 지부장인 정원섭 선교사는 “지난 10년간 가난 등으로 나라가 어려워서 많은 이들이 나라와 교회를 떠났고 이 중엔 목회자도 있다”면서 나라를 회복시킬 새 정부가 들어서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얀마는 2021년 2월 시작된 군부 쿠데타 사태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사역 중인 강성원 선교사에 따르면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 선교사는 “미얀마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접속을 차단한 예도 있다”고 전했다.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현지 교회들은 예배를 멈추지 않는다고 강 선교사는 덧붙였다. 그는 “양곤 등 몇몇 지역에서는 군경이 교회에 불시에 들이닥쳐 예배를 방해하거나 예배당을 폐쇄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그럼에도 현지인들은 묵묵히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조승현 김수연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