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 영화 시장은 코미디 장르 영화의 타율이 높았다. 대규모 흥행이라 할 수는 없지만, 투자 대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조정석 주연의 영화 ‘파일럿’은 개봉 9일째인 8일 오전 손익분기점인 22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이다. ‘파일럿’은 비슷한 시기 개봉했던 ‘데드풀과 울버린’ ‘슈퍼배드 4’ 등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코미디 장인’으로 통하는 조정석이 여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큰 웃음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작은 돌풍을 일으킨 건 ‘핸섬가이즈’다. 지난 6월 말 개봉한 ‘핸섬가이즈’는 험상궂은 외모의 두 남자가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오컬트 코미디 영화다.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손익분기점(110만명)을 넘긴 177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전날 개봉한 ‘리볼버’를 제외하고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5편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핸섬가이즈’ ‘파일럿’ 그리고 ‘탈주’ 3편이다. 그중 2편이 코미디 장르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올 초까지는 묵직하고 사회적 의미가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만큼, 관객이 그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또 각자의 삶이 팍팍하니 하나의 돌파구로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찾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위의 영화들보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하이재킹’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탈출’은 누적 관객 68만명에 그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블록버스터는 보편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취향들이 세분화된 관객을 다 끌어안고 갈만한 파괴력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손익분기점을 못 넘은) 몇몇 작품은 보편성을 확보하는 데서 미진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