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직전까지 한 은행이 위메프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보통’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의 5배를 넘는 파산 직전의 상태였다.
7일 국민일보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A은행 위메프 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이 은행은 올해 위메프의 신용등급을 ‘BB-’로 평가했다. BB-는 ‘현재 원리금 상환능력은 보통이나 단기 및 장기전망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이는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가 올해 위메프를 ‘CC+’로 평가한 것과 차이가 있다. CC+는 ‘상거래 신용능력이 매우 낮으며 거래 안정성이 낮은 기업’을 가리키는데, 하위 0.09%가 여기에 해당한다. 1998~2023년 나이스로부터 B(하위 47.6%) 이하 등급을 받은 회사가 1년 내 부도난 비율은 8.64%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기관마다 신용평가의 기준이 달라 등급만을 두고 일률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BB-와 CC+는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든 격차”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평가 대상 기간 위메프 재무 상황이 “정상 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한다. 2020년부터 줄곧 부채가 자본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9%에 불과했다.
A은행 등급 산정에 긍정적으로 반영한 위메프의 강점에는 ‘이커머스 업계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큐텐 인수로 수익성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위메프가 지난해 4월 큐텐에 인수된 후 당해 연도 영업이익률이 -78.8%로 전년 -30.2%에서 급격히 악화했지만, A은행은 올해도 큐텐 인수를 강점으로 봤다. 큐텐 자체도 마지막으로 공시한 2021년 유동비율 28%, 누적손실 4억1814만 싱가포르달러(약 4346억원)로 재무상황이 심각했다.
허술한 신용평가는 쇼핑몰 입점업체들을 위한 선정산대출의 근거가 됐다. A은행은 매출채권(판매대금)을 담보로 하는 담보대출 형태로 운영해왔다. 매출채권의 담보 가치는 채무자인 쇼핑몰의 신용도에 따라 중요하게 평가되는데,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대출이 나간 격이다. A은행은 “위메프의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낮췄으며, 위메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중이라고 판단해 판매업체의 대출 한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선정산대출은 판매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하자는 취지인데,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금리가 올라 업체에 피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