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7일 기소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6명 중 4명이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 신속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보완수사를 진행해 혐의가 입증된 부분부터 기소한 것”이라며 “재판거래 의혹 등을 포함해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수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당시 판결을 전후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권 전 대법관이 당시 무죄 의견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재판거래 의혹이다.
검찰은 판결이 나온 경위 및 김씨의 관여 여부를 계속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재판 법리 검토 및 심리 과정과 관련된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인 지난 202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확보하려 했지만, 압수수색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다. 핵심 인물인 김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50억 클럽 멤버 중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 혐의 입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을 뇌물로 보고 곽 전 의원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이들이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결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등으로 일하며 대장동 일당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최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은 지난 2022년 서면조사를 받은 뒤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밖에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수익금을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이 전 대표를 대장동 의혹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428억 약정설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수익금이 이 전 대표 지분이라고 재판에서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 등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이 또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의혹이 모두 규명돼야 지난 대선을 뒤흔든 대장동 사건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증거를 검토하는 등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