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7일)가 지났지만 폭염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동남아 해역에 주로 서식하던 바다물벼룩(사진)이 동해와 남해 등에 나타나고,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는 등 각종 해충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슬기(29)씨는 지난달 휴가차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을 찾았다. 바다에서 수영하던 김씨는 갑자기 팔과 다리 부근에서 따끔한 느낌을 받았다. 황급히 물에서 나와보니 피부에 빨간 반점이 올라오고 있었다. 바다물벼룩에 물린 상처였다. 김씨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가족과 함께 경남 거제와 통영 일대 해수욕장을 찾은 이모(47)씨의 두 아들도 바다물벼룩에 쏘였다. 이씨는 7일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이 물놀이하던 중 따끔하다고 해서 보니 팔과 다리에 두드러기 같은 반점이 올라왔다”며 “밤새 따갑고 가려워해 온 가족이 잠을 설쳤다”고 토로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이날 “최근 바다물벼룩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기 위해 한반도 해역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 강원 강릉의 평균 수온은 24도를 기록했다. 폭염 탓에 1년 만에 6도가량 바닷물 온도가 올랐다. 이에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다물벼룩이 동해 등에서 발견되기에 이른 것이다. 바다 물벼룩에 물리면 피부발진이나 고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모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전국에 올해 처음으로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 감시를 위해 채집한 매개모기(얼룩날개모기)에서 원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환자를 흡혈해 감염된 매개모기에 물려서 전파되는 질병이다. 매개모기에서 원충이 확인됐다는 말은 매개모기에 물렸을 때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오한과 두통 등이 나타난다.
더워서 잠 못 드는 밤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지난 6일까지 17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전국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2.8일)보다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강릉과 경북 포항, 전북 정읍에선 한 달 중 절반이 넘는 17일간 열대야가 나타났다.
찜통더위는 15일 광복절 전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0~17일 기온이 아침 23~26도, 낮 30~35도로 평년 기온을 웃돌 것으로 예보했다.
한웅희 윤예솔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