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 국면에서 시장의 지탄을 받은 일본은행(BOJ)이 7일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BOJ의 ‘투자자 달래기’에 힘입어 이날 아시아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83% 오른 2568.41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지수)도 1.19% 오른 3만5089.62에 마감했다. 대만 가권 지수도 3.87% 올랐다.
아시아 증시는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가 이날 오전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할 일은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상승 폭이 커졌다. 이날 하락으로 출발했던 닛케이 지수는 단숨에 상승으로 돌아서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닛케이 지수는 장중 한때 3.38%까지 올랐다. 우치다 부총재는 “당분간 현 수준의 통화완화 기조를 확고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BOJ는 지난달 31일 열린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후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으로 인한 자금 이탈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BOJ가 부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올려 시장이 폭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BOJ 출신 아타코 노부야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는 것은 통계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BOJ 금리 인상 결정은 정치적 압력 탓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일본 여당 고위 정치인들은 지난달 BOJ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엔화 약세 탈피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144.4엔으로 시작한 엔·달러 환율은 오후 1시 34분 147.8엔까지 치솟다가 오후 3시 30분 기준 146.8엔으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20원 오른 1376.80원에 거래됐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엔화에 지수 흐름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