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윤리 교육을 두고 일부 학부모나 시민단체로부터 인권 침해니 차별이니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심란한 상황입니다.”
7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개막한 ‘2024 기독교사대회’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현직 교사의 토로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의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기독교사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전 세계 교육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성오염(성혁명) 물결이 국내 공교육 현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기독교사대회에 참가한 교사 20여명을 만나 교육현장 실태를 청취했다. 기독교사들이 주축이 된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현승호·한성준) 주최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는 건 6년 만이다. 대회는 전국의 공립 및 사립 초중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기독교사 1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9일까지 이어진다.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경우 기독교사들로서는 난감한 분야 중 하나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과거엔 성교육 방향성이 분명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이슈가 과거처럼 아예 넘볼 수 없는 금기가 아니며 하나의 권리로까지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 동성애 문화에 노출된 학생들을 상대로 성윤리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털어놨다.
1년 전쯤 임용 2년차의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교권 회복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상당수 교사들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학부모 등과의 심리적 거리감은 더 멀어졌고 교육 당국의 탁상공론적 행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부산남항초등학교 교사는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등과의 불신의 벽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교육부에선 민원상담실이 100% 완비돼 있다고 하지만 94%에 달하는 교사는 그런 것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교육부의 개선책은 행정체계상에서만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현 교육체계의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교육 현장에서의 신뢰와 협력 회복이 많이 꼽혔다. 좋은교사운동 대표인 현승호 제주북초등학교 교사는 “입시 일변도와 불신 등에 따른 정서적 담을 허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 교육 주체(학생·교사·학부모) 간 대화가 단절되고 게토화되고 있다. 신뢰회복을 통한 교육 공동체 회복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교육부나 각 단위 학교 리더십들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김진서 부천일신초등학교 교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폭력성이 심한 학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심리상담이나 치료 등은 소수 학생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안=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