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질 듯 걷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행인을 붙잡고 어눌한 말투로 말을 건다.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발 끈 좀 묶어 달라”는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걸음을 멈춘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돕는 시민 반응을 담은 이 영상은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원더맨’에 처음 올라왔고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 퍼지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뇌성마비 청년 정준형(26)씨다. 88만 재생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 장면에는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씨는 7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 많은 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 직접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냥 지나친 사람도 있었지만 상처받지 않았어요. 망설이는 분,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서 저를 보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해 더운 날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분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남성 행인은 신발 끈을 묶는 정씨를 보고 먼저 다가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그를 도왔고, 다른 여성은 정씨가 건넨 말을 이해하지 못해 “못 알아들어 죄송하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장애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묻자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정씨는 장애인식 개선 등을 위해 인스타그램도 운영한다. 그 나이대 MZ세대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곳을 다니는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다. “저희 같은 사람도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크리스천인 그의 인스타그램엔 스바냐 3장 17절 중 일부인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라는 구절이 영문으로 적혀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