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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식장은 군청이 허가 내준 업자가 운영하지만 순 불법투성이에요. 개들 발바닥을 보면 발톱이나 발가락이 없죠? 날카로운 철창을 딛고 지내다가 발이 빠지면서 발톱이나 발가락이 상한 거예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솔직히 시보호소에 가면 안락사 0순위일 겁니다.”
-동물단체 코리안독스 김복희 대표
집중호우가 남부지방을 덮친 지난달 10일. 전남 함평의 시골 마을에 동물단체 활동가와 군청 직원 10여명이 찾아왔습니다. 비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던 이들의 발길이 멎은 곳은 외딴곳에 숨어있는 무허가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지독한 배설물 냄새를 풍기는 20여개의 철창이 양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철창 안에는 푸들, 말티즈, 시츄 같은 5㎏도 채 되지 않는 소형 품종견들이 서너 마리씩 갇힌 채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모두 66마리였습니다.
비닐하우스의 주인은 60대 번식업자 A씨. 사실 동물단체를 번식장으로 부른 건 A씨 본인이었습니다. A씨는 30년 전 스무 마리 규모의 번식장을 인가받은 뒤 불법으로 시설을 확장해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모견들을 몰래 키워왔습니다. 동물단체 추산으로는 그동안 이곳에서 불법 번식된 강아지 숫자는 대략 1만 마리. 나이가 많아 번식장 운영이 힘들어지자 폐업할 테니 모견들을 구조해달라고 동물단체에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번식장이 폐업하면 모견들은 뿔뿔이 팔려갑니다. 번식이 가능한 6살 미만 모견들은 다른 번식장으로, 생식 능력을 잃은 노견들은 불법 건강원에 개소주 재료로 팔려갑니다. A씨 농장 번식견들은 그나마 운이 좋았습니다. 마지막 양심인지 업자가 동물단체에 구조요청을 했으니까요. 덕분에 개소주 재료로 팔리는 끔찍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얘들아 고생했어… 번식장 66마리 구조되던 날
활동가들이 2인1조로 뜬장에 붙어 구조에 돌입했습니다. 한 명이 철창 안에 갇힌 모견을 꺼내면 다른 동료가 개를 넘겨 받아 이동장에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좁은 철창에 평생 갇혀 지낸 번식견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뭉클한 순간. 활동가 품에 안긴 모견들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망울로 찬찬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구조가 진행될수록 활동가들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개들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습니다. 대부분 8살 넘은 노견인데다 거듭된 출산으로 너무나 쇠약해진 모습이었죠.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개들의 발바닥이었습니다. 모든 개들의 발바닥이 날카로운 쇠붙이에 긁힌 듯 갈라졌고, 발가락은 몇 개씩 잘려나간 상태였습니다. 발톱은 남아난 것이 없을 지경이었죠. 석쇠처럼 바닥이 뻥 뚫린 ‘뜬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탓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바닥이 완전히 뚫린 뜬장은 불법으로, 최소한 바닥의 50%를 넓고 평평한 판자로 덧대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을 준수하는 번식장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번식업자 입장에서는 배설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려서 청소와 관리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갇혀 있는 동물은 발이 푹푹 빠지고 발바닥이 갈라지지만 업자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강아지 두세 마리는 출산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물구조단체 ‘도로시지켜줄개’ 이효정 대표는 모견들을 둘러보더니 “입양센터로 옮긴 뒤 당분간 당직 근무자를 둬야 할 것 같다. 언제 출산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합니다.
이날 구조한 녀석들이 시보호소에 입소하면 모두 안락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보호소에는 중상을 입은 개를 돌볼 비용과 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적은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동물단체도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죠. 하지만 평생 학대에 시달리다 활동가 품에 파고드는 66마리의 번식견을 동물단체들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코리안독스가 27마리, 도로시 18마리, 다솜레스큐와 애니밴드가 21마리를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허가 내주고 뒷짐… 번식장 규제하려면
2시간의 작업 끝에 66마리를 모두 구조했습니다. 마침내 텅 빈 번식장. 하지만 시설을 그대로 두고 가면 업자가 또 번식업에 손을 댈 위험성이 큽니다. 동물단체 측은 불법 시설물인 뜬장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리고 감독해줄 것을 지자체에 요청했습니다. 농어촌정비법상 정당한 민원입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이미 폐업신고를 했으니 그 뒤는 업자가 할 일”이라며 거절합니다. 실랑이 끝에 지자체 측은 현장점검에 가까스로 동의합니다. 다만 점검 대상은 폐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로 한정했습니다.
결국 불법 번식장을 철거하는 것까지 동물단체의 몫이 됐습니다. 활동가들은 니퍼, 절단용 집게 등 공구를 들고 수십 개의 뜬장을 일일이 해체했습니다.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낸 뒤 활동가들이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힘을 주자 거대한 철창 잔해물들이 바닥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나동그라진 철창 잔해물은 인근 고물상에서 조만간 수거하기로 했습니다.
코리안독스 김복희 대표는 “지방 정부가 번식장을 쉽게 허가해주고 관리 감독하지 않으니 불법 번식장이 난립한다”며 “번식장을 대대적으로 규제할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 동물학대의 온상, 번식장 없애려면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를 비롯해 13개 동물단체는 ‘루시의친구들’ 연합을 결성해 번식장 적발 및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루시의친구들은 지난 2년간 총 5곳의 번식장을 적발하고, 2800마리에 달하는 번식견을 구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동물단체들이 힘겨운 번식장 구조를 이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물학대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전국 약 2000개의 번식장과 3000개의 펫숍, 이를 잇는 17개의 경매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한국판 루시법입니다.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루시법은 6개월 미만 반려동물의 판매를 금지하고, 퍼피 분양시 모견과 퍼피가 함께 지내는 생산지를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루시’는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평생 번식에 쓰이다 구조된 모견의 이름입니다.
지난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발의했습니다. 경매장 운영 금지, 6개월 미만 퍼피 판매 금지 및 번식장 100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금지 등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루시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불법 번식장을 비롯해 경매장, 펫숍을 없애야만 동물을 학대하고 물건처럼 사고파는 관행을 없앨 수 있다”면서 “22대 국회에서 한국판 루시법을 재발의하고 통과시키려면 많은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루시의 친구들’은 한국판 루시법 입법을 응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20만명을 목표로 현재 15만명이 참여 중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서명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 불법 동물판매업을 규제하는 ‘한국판 루시법’ 촉구 서명운동 링크
-https://campaigns.do/campaigns/838
■ 번식장 구조견 후원 방법 -인스타그램에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 ‘다솜레스큐’ ‘고유거 애니밴드’를 검색해주세요.
후원 및 입양신청 링크가 소개돼 있습니다.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를 비롯해 13개 동물단체는 ‘루시의친구들’ 연합을 결성해 번식장 적발 및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루시의친구들은 지난 2년간 총 5곳의 번식장을 적발하고, 2800마리에 달하는 번식견을 구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동물단체들이 힘겨운 번식장 구조를 이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물학대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전국 약 2000개의 번식장과 3000개의 펫숍, 이를 잇는 17개의 경매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한국판 루시법입니다.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루시법은 6개월 미만 반려동물의 판매를 금지하고, 퍼피 분양시 모견과 퍼피가 함께 지내는 생산지를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루시’는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평생 번식에 쓰이다 구조된 모견의 이름입니다.
지난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발의했습니다. 경매장 운영 금지, 6개월 미만 퍼피 판매 금지 및 번식장 100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금지 등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루시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불법 번식장을 비롯해 경매장, 펫숍을 없애야만 동물을 학대하고 물건처럼 사고파는 관행을 없앨 수 있다”면서 “22대 국회에서 한국판 루시법을 재발의하고 통과시키려면 많은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루시의 친구들’은 한국판 루시법 입법을 응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20만명을 목표로 현재 15만명이 참여 중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서명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 불법 동물판매업을 규제하는 ‘한국판 루시법’ 촉구 서명운동 링크
-https://campaigns.do/campaigns/838
■ 번식장 구조견 후원 방법 -인스타그램에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 ‘다솜레스큐’ ‘고유거 애니밴드’를 검색해주세요.
후원 및 입양신청 링크가 소개돼 있습니다.
글·사진=전병준 기자,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