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글 유니폼

입력 2024-08-08 00:40

해외 스포츠 선수들이 한글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28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비스킷츠 홈구장에서 치러진 미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한글로 ‘김치’라는 글자가 적힌 유니폼이 등장했다. 5000여 명 관객들이 지켜본 이날 경기에서 비스킷츠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김치가 새겨져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구단이 ‘한국 문화유산의 밤’ 행사의 일환으로 선수들에게 김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도록 한 것은 올해로 4년째다. 몽고메리는 2005년 현대차가 이 곳에 공장을 지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1월 24일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웰스파고 아레나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하부리그 G리그 경기에서도 한글 유니폼이 등장했다. 홈팀 아이오와 울브스 선수들의 유니폼 상의에 한글로 ‘늑대’가 새겨졌다. 팀 이름(Wolves)을 한글로 옮긴 것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한 이벤트 중 하나로 한글 유니폼이 채택됐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미국의 체조 영웅 시몬 바일스가 입은 트레이닝복에 새겨진 한글이 TV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바일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입고 있던 대표팀 트레이닝복 상의 안쪽 깃에는 ‘누구든, 모두가’라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안감에 새겨진 작은 글씨였지만 최종 순위 발표를 기다리는 바일스의 표정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한글이 선명하게 잡혔다. 한글을 새긴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 현대언어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 대학의 한국어 수업 등록생은 1만9270명으로 5년 만에 3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어 수업 등록생이 16.6% 감소했고, 한글 외에 수강생이 늘어난 외국어가 히브리어(9.1% 증가), 미국 수화(0.8%) 2개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한글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