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봉사자 방문에 웃음꽃 ‘활짝’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는 지난달 말 일주일간 성도 300여명이 남해의 섬 조도로 대규모 봉사를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돼 올해 2회차다. 성도들은 조도 인근의 외도 등 수십 개 섬으로 흩어져 미역·톳 등 해산물 손질 작업, 이·미용, 의료, 마사지, 음식 대접을 하고 바자회와 노래자랑 등을 개최했다. 섬 전체 인구는 2800여명으로 전해진다. 현지 교회 11곳과 연합했다.
대규모 봉사이다 보니 봉사자의 나이대는 2살부터 80세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노령화된 지역 특성상 섬사람들이 유달리 반가워하는 이들은 아이와 청년이었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한 최연소 봉사자인 2살 이루아양이 그랬다. 이양은 작은 배를 타고 섬과 섬을 다니며 식사 봉사 등을 하는 순회사역팀에 속했다. 아버지 이명기(42)씨는 “어르신들이 우리 팀을 육지로 나간 자신들의 손자손녀처럼 생각해주시고 너무 귀여워해 주셨다”며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우리의 작은 섬김으로 하나님을 알게 되길 바랐고, 음식 대접이든 트로트 공연이든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교회 관계자는 “아이가 귀한 지역이다 보니 아이들 방문 자체를 손자손녀의 방문처럼 반가워하며 더 좋아하시더라”며 “아들이 죽고 6년 동안 한 번도 웃지 않던 어르신이 루아를 보고 오랜만에 환하게 웃으시더라”고 귀띔했다. 직장인 박신웅(34)씨는 “손자뻘 되는 제게 30분 넘도록 자신의 손녀 이야기를 해주며 사진을 보여주신 할머니도 있었다”며 “일손을 거든 보람도 있었지만 어르신 얘기를 들어드린 것이 더 큰 기쁨”이라고 했다. 중3 이준규군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라는 인사에 똑같이 웃으며 말해주시는 할머니의 눈빛에서 깊은 사랑을 느꼈다”고 전했다.
손자손녀가 해주는 마사지팩
“할머니, 여기 누우세요.”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중고등부의 한 성도가 지난 1일 경북 안동의 한 마을회관에서 어르신에게 건넨 말이다. 할머니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팩을 붙인 채 손 마사지를 받았다.
서현교회는 불교와 유교가 강한 안동 지역에서 3년째 여름 봉사하고 있다. 올해는 100여명이 지난달 29일부터 3박 4일간 안동 지역 교회 12곳을 찾아 필요한 일을 도왔다. 이들은 우선 자체적으로 성경학교를 열기 어려운 교회를 모아 연합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했다. 교회의 전문인 봉사팀은 오랫동안 방치돼 보수가 절실했던 지역교회 2곳의 담장을 고치고 외벽 도색 작업을 했다. 김태호 의성시민교회 목사는 “지방으로 전문 인력들이 내려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곳조차 고치기 힘들었는데 서현교회의 도움으로 성도는 물론 주민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사자들은 마을회관에서 동네 주민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거나 미용, 교정 운동 지도, 장수 사진 촬영 등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필요를 채웠다. 특히 중고등부 학생들은 장기자랑과 마사지를 준비해 손자손녀와 같이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고등부 학생들과 함께 봉사한 윤혜라(26)씨는 “어르신들은 명절도 아닌 휴가철에 손주 같은 손님들이 찾아온 것 같다며 다들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마사지에 아이처럼 웃는 어르신들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 청년들은 지난 4일 시골 어르신을 위해 발 마사지 교육을 받았다. 저녁 7시에 시작한 교육은 밤 10시30분이 넘어 끝났다. 세 명씩 짝지어 실습도 했다. 두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돌아가며 마사지하는 방식이었다. 서로에게 발 마사지를 연습하며 어르신들에게 전할 따뜻한 손길을 준비했다.
이번 여름 봉사는 전국 7개 교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성수 부목사는 “이번 봉사의 콘셉트는 청년들이 사라진 시골 지역을 찾아 어르신에게 손주나 자식처럼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마다 청년 20~40명이 찾아간다. 이들은 발 마사지뿐 아니라 어르신을 위한 장기자랑, 새치 염색, 장수 사진 촬영을 할 예정이다.
박상빈(27)씨는 “발 마사지를 해드리면서 어르신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올해가 세 번째 봉사라는 강병은(42)씨도 “시골에서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 우리가 방문하면 어르신들이 자식이나 손주 보듯 기뻐하신다”며 “발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어르신들이 처음엔 꺼리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와서 손을 잡아 드리고 스스럼없이 다가가면 아이처럼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홀로 사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가듯
서울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는 구제·구호재단인 ‘나섬’을 통해 지역 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나눔과 섬김이라는 뜻의 기관은 코로나19로 교회 관련 활동이 주춤했을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워졌다.
특히 성도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80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하는 일은 외로움 방지와 고독사 예방 등 노인복지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회 성도들은 주민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지역 가정에 매주 목요일마다 들러 산책은 물론 발·손 마사지를 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말벗 역할을 한다.
지난해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 봉사에 참여하는 취준생 김혜림(26)씨는 “영아원 봉사도 해봤지만 어르신을 대할 때 그분들에게 무언가를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좋은 데 가서 놀지, 왜 여기 왔느냐’고 타박하시면서도 손녀같이 어린 봉사자를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 할아버지”라고 했다. 김윤선(52)씨도 “어르신들은 별거 아닌 우리 방문을 가족처럼 기다리신다”며 “늙은이 손 잡아줘 고맙다는 이야기, 마사지를 받고 잠을 푹 주무셨다는 감사 인사, ‘내가 주책’이라면서도 이런저런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이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선교 전문가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독교 가치관이 초고령화 시대 교회 사역에서 더 돋보일 수 있는 점을 주목했다. 강진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지방 도시들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고독사 증가, 노인 빈곤 등이 보여주듯 한국의 노인은 행복하지 않고 또 유교적 가치관 붕괴로 경제적·정신적 준비마저 되지 않았다”며 “교회가 어르신들의 손자손녀가 되어드리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재필 장신대 글로컬현장교육원 교수는 “노인사역을 ‘선심 쓰듯’이 아닌 오랜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며 “신앙 선배에 대한 예우를 담아 교회 내에서 그들을 사역의 동반자로 세우는 등 목회 방향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은정 손동준 최기영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