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서 가장 큰 재원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이 ‘길 잃은 양’을 두고 애통해하신 것처럼 자립준비청년과 교제할수록 하나님 마음이 이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확신했거든요.”
10여년간 자립준비청년과 동고동락하며 가족 이상으로 이들의 곁을 지키는 유제중(46) 화평교회 목사의 말이다. 자립준비청년이 쓰라린 상처를 극복해 회복된다면 하나님이 아픔을 지닌 타인을 위해 자립준비청년을 사용하실 것이라는 의미다.
왕따 출신 목사의 지하교회 개척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자립준비청년의 멘토인 유 목사를 만났다. 온화한 미소를 지닌 그는 이들의 대소사를 챙기며 함께하는 사역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동병상련이 컸다. “제가 청소년기에 왕따 당하고 소외된 상황에서 복음을 받아들였거든요. 그래서인지 소외된 자들을 향한 부르심이 있었나 봅니다.”
유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부목사로 10년간 사역하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희귀 질환으로 교회를 그만두고 2020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화평교회를 개척했다. 99.1㎡(30평) 지하 공간인 교회에 지역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개척 당시 유 목사는 초대교회 모델처럼 ‘교회가 교회를 낳는’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품었다.
소외청년 케어 사역 활발
화평교회에 모인 이들은 자립준비청년 뿐 아니라 소외 청소년과 청년, 노숙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교회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성경 말씀(행 16:31)을 품고 성도들이 일주일간 만날 수 있는 반경 안에 있는 주민들, 특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나누고 섬기는 사역에 집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울 여러 곳과 경기도 하남 양주 등에 교회 12곳을 분립 개척했다. 현재 개척을 기다리는 교회도 2곳이나 된다.
화평교회를 비롯해 분립개척한 12개 교회는 저마다 소외 이웃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들을 섬긴다. 현재 자립준비청년은 10여명, 역기능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이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유 목사 곁에는 자립준비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14명의 분립개척교회 사역자들이 있다.
자립준비청년의 일상 속으로
유 목사는 삶 속으로 파고들어 지켜본 자립준비청년들의 모습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무기력한 ‘은둔형 외톨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모습에 보람도 느끼지만 사실 어려움도 비일비재했다.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진 자립준비청년들이 있어요. 저도 사역하다 무기력할 때가 있다보니 이들의 모습에 큰 공감이 됩니다. 이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보통 아이들이 클 때 보호자가 곁에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잖아요. 무언가를 스스로 하려면 자존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어떤 것을 해야 할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것이죠.”
늦잠으로 직장 면접시험을 치르지 못한 한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던 화평교회 사역자는 이후 다른 직장 면접 기회가 생기자 면접 전날 자립준비청년 집에서 합숙했다. 이른 아침에 깨워주는 누군가가 있으니 지각하지 않고 면접에 임해 직장에 합격 할 수 있었다.
후배 자립 이끄는 멘토 선배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은 인간을 긍정적인 존재로 변화시킨다. 자립준비청년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한 달 근무를 다 채우지 못해 여러 차례 봉급조차 못 받던 한 자립준비청년은 한 달을 채우고 첫 봉급을 받고 기뻐했어요. 이렇게 3개월, 1년 일하고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더라고요. 지금은 성실하게 일하고 있어요.”
자립준비청년 중에는 유 목사를 도와 후배 자립준비청년들을 이끄는 선배들도 있다. 강사나 간호사 기술직 배달직 등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 활동하는 멘토인 동시에 ‘평신도 교회 개척자들’이기도 한 것이다.
작은 자를 섬기는 헌신의 가치
‘사랑의 힘’으로 이어가는 멘토링 사역이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유 목사와 함께하는 리더십들은 가끔 번아웃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할까.
“마태복음 25장 45절을 보면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이 있어요. 예수님은 작은 자를 섬기는 우리의 헌신을 잊지 않는다고 하셨죠. 결국 예수님을 향한 헌신을 다잡으며 은혜의 자리를 사모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사역을 하는 동안 아내의 병이 낫는 기적도 경험했어요.”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