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신학계, 주로 개혁주의 진영에서 네덜란드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럿이겠으나 몇 년 전 바빙크의 방대한 ‘개혁교의학’이 한국어로 번역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후 바빙크 관련 서적이 계속 나옵니다. 해외에서 바빙크 유행이 인 것도 매우 독특한 현상입니다.
바빙크의 장엄한 4권짜리 ‘개혁교의학’으로 멋지게 서가를 장식하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솔직히 전권을 차근차근 읽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집필 당시 유럽의 신학 분위기, 즉 바빙크가 대화한 학자의 사상과 시대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로 책을 읽는 건 상당한 수고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수고해도 머리에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 잘 알던 바빙크는 ‘눈높이를 맞춰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당시 그가 네덜란드 김나지움 학력이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쓴 책이 이 책입니다. “저는 우리 기독교의 김나지움과 공립학교, 일반 학교의 고학년 학생을 염두에 두었고… 더욱이 너무 광범위하거나 비싸지 않은 책으로 우리 기독교 개혁파 신앙고백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당시 김나지움은 현재 대학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또 4권으로 된 ‘개혁교의학’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을 본인도 인지했다는 것도 역시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렇게 친절하게 기독교 신앙을 안내해주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눈높이 교육’의 실제를 보는 듯합니다. 글 안에 영성이 가득합니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존중과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물씬 풍깁니다.
글은 신학의 중요성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기원과 대상, 본질에 있어서 여타 지식과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얻어야 할 출처에 관해 설명합니다. 바빙크의 설명은 삼위일체와 창조 및 섭리, 인류의 기원과 죄,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 성령의 강림과 사역, 교회의 탄생과 세상의 완성 등으로 이어집니다.
책은 제목대로 교인의 신앙 양육을 위한 ‘기독교 신앙 안내서’라고 부르기에 알맞습니다. 큐티하듯 매일 일정량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앙이 튼튼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교의학은 교회의 신자를 위해 사용되고 저술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