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미래 위해 세대 간의 회복과 관계 치유가 절실하다

입력 2024-08-08 03:05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BSH) 본부가 있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처음으로 세대 간 우정(intergenerational friendship)을 주제로 지난 4일(현지시간) 콘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의 국제꿈의학교 학생들과 교사, 강사와 학부모들이 함께했다. 황성주 회장 제공

구약의 마지막 책은 말라기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세대 간 관계 회복을 언급한다.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그가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비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말 4 : 5~6) 그리스·로마시대 노인들도 젊은이들의 탈선을 보며 ‘말세야, 말세’ 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세대 간의 관계 회복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와 좋은 관계를 원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원한다. 문제는 의도대로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의지가 강할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고 원치 않는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리학에서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용어가 있다. 로고테라피로 유명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그의 명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지독한 말더듬이 환자를 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환자는 자기 기억으로 단 한 번만 제외하고 일생 이런 언어장애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단 한 번의 예외는 그가 열두 살 때 전차에 무임승차 했을 때 일어났다. 차장에게 들켰을 때 그는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가 불쌍한 말더듬이 소년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 그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말을 더듬으려고 하는 순간 말이 더듬어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때 그는 역설의도를 경험한 셈이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역설의도는 수면장애에 관한 것이다. 불면에 대한 염려는 오히려 잠을 잘 수 없게 작용한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에게 잠을 자려 애쓰지 말고,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해보라고 권한다. 수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역설의도로 바꾸면 잠이 오게 돼 있다는 원리이다. 성경적으로는 ‘내려놓음의 원리’에 해당한다.

필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역설의도를 반드시 적용할 분야는 비신자 대상의 복음 전도와 차세대 대상 자녀 양육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도를 100% 내려놓고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크리스천 심리학자 래리 크랩은 성경적 자녀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들의 탈선을 막지 못하고 대학을 자퇴하기에 이른다. 크리스천 부모로서 평생 노력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비참함을 맛보았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아들을 만난다. 한마디 나무람 없이 끝까지 아들의 말을 들어주며 “아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사랑의 눈빛을 보내고 돌아온다. 얼마 후 아들에게서 이런 편지가 왔다. “저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돌아왔습니다. 그전에 저는 먼저 아빠를 통해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6월 13일 인도 델리에서 열린 BSH 전략회의에서 현지 교회 리더들을 위해 기도하는 국제꿈의학교 학생들. 황성주 회장 제공

세대 간 관계 치유의 비결은 인식의 변화와 드러남의 은혜, 용서의 삶, 그리고 우정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첫째는 나의 병든 인격을 인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치료가 시작된다. 변화는 문제를 인식할 때에 시작된다. 정신과 용어로 ‘병 인식(insight)’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환자는 치료가 잘 되고 문제의식이 없는 환자는 치료가 안 된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를 바로 아는 것이 관계 치유의 시작이다.

둘째는 드러내는 일이다. 영적 가면을 벗어야 한다. 주님 앞에는 숨길 게 없다.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한다. 내적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한다. 자신의 상처와 한, 맺힌 것과 눌린 것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하나님이 드러내신다. 드러날 때마다 오히려 감사하라. 우리 약점을 통해 하나님의 온전하심을 나타낼 수 있는 찬스가 아닌가.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인정할수록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역사하신다.

세 번째는 우정의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다. 치유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더불어 하는 것이다. 인간의 문제는 누구나 같다. 서로 나누며 짐을 지는 게 치유의 비결이다.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어쩌면 그렇게 똑같냐” 하면서 놀라는 경우가 많다. 치유는 우정을 통한 정직한 나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공동체는 개방성과 투명성이 생명인데 이는 친구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이제는 세대 간에 친구가 돼야 온전한 치유와 회복이 가능하다.

최근 세계선교를 다루는 글로벌 콘퍼런스에는 ‘차세대(next generation)’라는 용어 대신 ‘세대 간(intergeneration)’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이제는 모든 세대를 총괄하는 세대 간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세대 간 상호작용의 역동성을 고려하는 것이 가족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의도와 부합할 뿐 아니라 사역의 측면에서 엄청난 상승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꿈의학교 학생들과 인도, 이스라엘을 동행했다. 또 미국에서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 대회’를 통해 새로운 영적 비밀과 그리스도의 지상명령 완수에 대한 청사진 일부를 알게 되었다. 진정한 영적 대각성과 영혼의 대추수를 위해서는 먼저 세대 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이 땅에는 세대 간 관계 치유가 절실하다.

황성주 이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