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6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현장검증을 벌였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위법성을 부각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를 방문해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직무대행)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과정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위원장 취임 당일인 지난달 31일 KBS 이사 후보 52명 중 7명,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 31명 중 6명 선임이 투표 방식으로 의결됐다.
이정헌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투표용지엔 모든 후보자 이름이 적혀 있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그 시간 안에 다 이뤄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며 실물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비공개 안건이기 때문에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해야 한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2시쯤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야당이 요구한 지난달 31일 전체회의 회의록 등은 규정상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실랑이는 충돌로 이어졌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느냐”고 하자 김 직무대행은 “권한이 없어 제출하지 말라고 했다. 드릴 수도 없는 자료를 왜 보겠다고 왔느냐”고 맞섰다. 김 직무대행이 “이 회의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수십 명 끌고 와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민주당 측에선 “우리가 무슨 깡패냐”고 받아쳤다.
김 의원은 현장검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에 요구한 일체의 자료 중 투표용지 딱 한 건만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현장검증과 문서 검증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고 아직도 업무 파악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현장검증에 이어 오는 9일 과방위에서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어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29명이 채택됐다.
김 직무대행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충돌이 예상된다. 현장검증과 청문회가 행정부 권한을 침범하고 위법 요소도 있는 만큼 필요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게 김 직무대행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