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실업률 中 청년들도 “저축 동료 찾아요”… ‘고물가 시름’ 日선 중고 거래 열풍

입력 2024-08-08 04:12

젊은 층이 소비 긴축에 뛰어든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도 절약에 한창이다. 동아시아 청년들이 불경기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세대는 ‘보복 저축’에 나서고 있다. 외부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을 ‘보복 소비’라고 하는데, 이와 반대로 소비를 미루고 저축을 늘리는 행태를 뜻하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한국의 ‘거지방’과 유사한 문화도 있다. SNS를 통해 극단적으로 세운 저축 목표를 함께 이룰 저축 동료를 찾는 ‘절약 다쯔(파트너)’다. 다쯔는 임시 친구 정도의 의미다. 이들은 서로의 소비를 공유하고 평가를 나눈다. 대부분이 20~40대 여성이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심각하게 치솟아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중국 젊은 층이 저축에 집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루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미래 경제에 대한 확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일본 젊은 층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소비 둔화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가 낸 ‘최근 일본 민간소비 부진 배경 및 전망’을 보면 일본은 국민부담률(직접세와 사회보장부담을 더한 값에서 국민소득을 나눈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젊은 근로자세대를 중심으로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34세 이하 세대의 평균소비성향은 다른 연령대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말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청년들의 소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동경사무소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대부분 청년층이 견인하면서 금리 상승이 청년층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보도한 일본 중고품 유통 기업 ‘고메효’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의 51.3%는 중고품 구입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버블세대(52~57세) 33.3%만이 중고 거래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닛케이는 “고물가 시기에는 중장년층은 고액 소비를 이어가지만 젊은 층은 쇼핑을 줄인다는 것이 중고품 업계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