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골목상권 진입을 제한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5년 연장됐다. 출점 제한 거리를 줄이는 등 규제 일부가 완화됐지만 업계는 연장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상황 급변으로 어디서나 빵을 살 수 있게 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협약식을 열고 제과점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약 연장을 합의했다. 출점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대신 기존 중소빵집과의 거리 제한을 기존 500m에서 400m로 완화했다. 또 신규 출점 가능 점포 수를 전년 2%에서 5%까지 늘리기로 했다. 협약에는 동반위와 대한제과협회, 대기업으로는 더본코리아, 신세계푸드, CJ푸드빌, 이랜드이츠, 파리크라상 5곳이 참여했다.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던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빵연구소’ 역시 협약에 포함돼 출점 규제를 받는다.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으로부터 골목 상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다. 민간 자율 합의 기구인 동반위는 2013년 제과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동네빵집 반경 500m 내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을 제한했다. 또 전년 연말 대비 2% 이내 범위에서 신규 점포를 출점하도록 했다. 2019년 동반위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중소 제과점을 대표하는 대한제과협회와 대기업 9개사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오는 7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중소 제과점 업계는 “상생협약이 만료되면 중소 제과점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협약 연장을 요청했다. 동반위는 동네 제과점 등을 대상으로 상생협약 연장 의사를 청취한 결과 모두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빵집 업계는 이번 연장에 회의적이다. 이미 전국 주요 상권에 자리 잡은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는 더 들어갈 수 있는 상권이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다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점포를 공격적으로 개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지속되는 출점 제한이 다른 업종보다 유독 제과점업에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대한 ‘역차별’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카페, 편의점을 비롯해 제과점 수준의 빵을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지역 유명 빵집은 ‘빵지순례’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하며,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전국 배송도 가능하다. 전국 5만5000개 규모인 편의점 베이커리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빵을 함께 팔 수 있는 커피전문점은 10만개를 돌파했다. 해당 규제가 처음 생겼던 11년 전과는 베이커리 업계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한 번 만들어진 묵은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이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와 중소형 제과점만의 경쟁인 시대는 지났다”며 “판매 채널이 다변화되는 등 10년 사이 완전히 달라진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규제는 실효성이 분명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