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측 500쪽 상고이유서 제출… ‘노태우 300억 비자금’ 진위 다툰다

입력 2024-08-07 02:11
최태원(왼쪽)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법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을 반박하는 내용의 총 500쪽 분량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사실로 인정한 2심 판단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심에서 최 회장 측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대리인들은 지난 5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홍승면 변호사가 100쪽, 법무법인 율촌이 400쪽가량을 각각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사소송에서 수백쪽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건 이례적이다. 지난 2016년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규칙은 상고이유서 분량을 30쪽 이내로 제출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간결한 쟁점 위주의 서면 작성을 유도하고 민사사건의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칙이다. 권고 조항이라 분량이 초과됐다고 해서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하는 등의 별도 조치는 없다. 다만 한 법조인은 “규칙을 어긴 게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문이 198쪽으로 이례적으로 길었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다보니 분량이 불가피하게 길어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기여로 SK그룹 가치가 형성·성장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폭넓게 인정해 최 회장이 1조3808억원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재산분할 대상에 SK 주식이 포함된 점, 재산분할 비율이 ‘65(최 회장) 대 35(노 관장)’로 설정된 점 등을 다시 다투겠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 선친인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전달됐고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항소심 판단과 관련해 돈의 실체와 정확한 사용처 등을 다툴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 핵심 사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이 판결문에서 SK C&C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1000원으로 사후 경정한 것도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은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을 상고심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의원은 “노 관장이 가정을 지키려 기울인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돕는 것이 건강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