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16> 화성 동탄동산교회

입력 2024-08-10 03:03 수정 2025-07-10 10:27
경기도 화성 동탄동산교회 전경. 주차장이 있는 옆면이다. 외곽을 마무리한 연한 골드 빛의 사비석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경기도 화성 동탄동산교회(박동성 목사)는 휴먼스케일로 건축됐다. 휴먼스케일은 건축 용어로, 사람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다. 그래서 건물이 과하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인간적이다. 친근하고 편안하다. 교회는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다. 이를 위해 성도들이 찾는 공간이다. 따라서 교회 건물은 하나님 중심의 영성도 담지만, 사용자 중심의 공간감도 고려해야 한다. 동탄동산교회는 후자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교회건축 기행은 성도 1000명 내외의 강소교회 건축 모델로 동탄동산교회를 골랐다. 교회는 지하 2층, 지상 3층 1792㎡(542평) 규모로 지어져 지난해 7월 입당했다. 출석 성도 700~800여명이다. 지난번엔 100여명 안팎의 작은교회 모델을 소개한 바 있다.

본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성민 사닥다리종합건설 대표, 박동성 목사, 이은석 코마건축 대표.

지난 25일 동탄동산교회에서 담임 박동성 목사와 건축가 이은석 코마건축 대표, 시공사 나성민 사닥다리종합건설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땅을 비롯한 건축의 여러 요소, 또 최근 건축 트랜드를 감안해 권위적이 아닌 인간적인 건물을 세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좋은 건축주와 건축가와 함께 성전 건축을 마무리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낮은 천고로 심리적 안정감

눈에 띄는 특징은 천고(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낮다는 것이다. 천장이 낮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바닥과 천장이 가까워진 만큼 공간 속 사람들과의 관계도 좁혀주는 효과가 있다.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의 심리적인 유대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성도들의 교제, 훈련 공간으로는 최적이다.

동탄동산교회 본당과 지하 2층에 마련된 소그룹 공간.

교회들이 이전엔 천고를 높였다. 본당의 천장을 높게 지었다. 그렇게 해야 더 거룩하다고 생각했다. 높고 넓은 천장의 공간은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해 큰 비용을 써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실용성을 요구한다. 또 교회에서 주일 공 예배 이외의 교제와 훈련을 위한 소모임이 많다 보니 아기자기한 공간을 더 선호하고 있다.

사실 낮은 천고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종교부지인 이 땅에 세울 수 있는 건물의 높이가 12m였다. 본당의 천고를 높이면 지상 2개 층밖에 넣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본당은 2층과 3층 중층으로 하되 천고를 낮추고 이를 기준으로 전체 공간을 구성했다.

도로변 방향의 앞쪽. 출입구를 모서리에 두고 왼쪽 벽면을 둥그렇게 만들어 사람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교회 건물은 사람들을 자동으로 유입시킨다. 공간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건축됐다. 일단 건물이 도로 쪽에 붙어있다. 교회로 접근하기가 쉽다. “스타벅스를 보세요. 입구가 도로 쪽 인도 옆에 딱 붙어있어요. 쉽게 들어오라는 거죠. 어떤 교회들은 주차장이나 마당을 도로변에 두고 건물은 안쪽에 배치하는데 그러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대표 설명이다.

건물 출입구도 중앙이 아니라 모서리 쪽에 마련해 출입의 심리적인 부담을 줄였다. 출입구를 중심으로 건물 모양을 깔때기처럼 만들었다. 사람들을 건물 내부로 이끌려는 장치다. 깔때기 모양의 곡선은 건물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면서 외부인을 환대한다. 벽엔 큰 십자가를 붙여 현대적 첨탑의 기능도 하고 있다.

“주일날 폭우가 쏟아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면 제가 가서 우산도 빌려주고 말도 붙이죠. 이 동네 사람들은 여기 골목을 다 지나거든요. 건물 앞쪽에 작은 화단을 조성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자 합니다.”

평신도 사역 활발, 증축을 고려한 배치

교회 뒤편 출입구도 평범하지 않다. 건물 양쪽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가운데에 있는 출입로를 통해 실내로 향한다. 경사로는 어린이, 노약자,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부부를 배려한 것이다. 한편으론 물이 경사로를 따라 아래로 흐르듯 사람들도 경사로를 따라 건물 안으로 유입시키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교회가 낮아져 사람들을 섬기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건축에선 재료도 중요하다. 건축 재료의 특성을 건물 전체의 콘셉트에 맞게 사용한다. 동탄동산교회는 외관을 사비석으로 마무리했다. 사비석은 연한 골드 빛 천연화강석으로 자연스러운 질감과 고급스러운 색감이 특징이다. 색감은 각 타일이 미세하게 다르다. 이것이 심적인 여유를 준다. 교회는 현 성장세를 고려해 증축도 고려했다. 전체 부지에서 메인 건물을 제일 모서리로 밀어 놓았는데 옆에 교육관을 짓겠다는 생각이다.

2016년 개척, 올해 9년 차인 동탄동산교회는 크게 성장하고 있다. 안산동산교회에서 10번째 분립, 상가에서 시작했지만 2020년 1월 출석 성도가 400명을 넘었다. 이미 공간이 부족했다. 그즈음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원로목사 초청 부흥회를 기점으로 건축 비전을 품게 됐고 종교부지를 소개받았다. 특별한 하나님의 사인도 있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잠자는 박 목사를 깨워 “가만히 있지 말라”는 내적 음성을 주셨고 이후 건축이 빠르게 진행됐다.

교회의 성장 비결은 셀 중심의 평신도 사역이다. 박 목사는 평신도 리더들에게 많은 것을 위임한다고 했다. 또 박 목사는 새 성전만큼이나 인간적이고 친화적이다. 성도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고 했다. 1층 카페 옆 어수선한 목양실, 한쪽에 세워져 있는 3년쯤 방치했다 타는 것 같은 녹슨 자전거가 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박 목사는 “목회에서 중요한 것은 공동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도 갈등이 생기지만 서로 섬기면, 특히 리더가 진정성 안에서 본을 보여줄 때 그 공동체는 더 성숙하고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새 교회 건물을 통해 지역민을 더 섬기고 주님 안에서 정말 가족 같은 공동체로 세워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