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가 또 발생했다. 6일 충남 금산군 주차타워 1층에 주차된 기아 EV6에 불이 났다. 야외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인력과 장비 투입이 용이해 1시간37분 만에 진화됐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수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인 분석부터 대책 마련까지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은 게 전기차 화재다.
인천과 충남에서 각각 벌어진 화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차 중에 발생했고, 차량에서 연기가 나면서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두 사례는 주차 중 일어났으나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절반가량은 ‘운행 중’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방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139건이었고 이 가운데 68건(48.1%)은 ‘운행 중’ 일어났다. ‘주차 중’ 발생한 경우는 36건(25.9%)이었다. 이어 충전 중(26건·18.7%), 정차 중(5건·3.6%), 외부 화재 피해(3건·2.2%), 견인 중(1건·0.7%) 순이었다.
원인 분석은 감식을 통해 이뤄지겠지만 두 사례 모두 배터리 셀에 불이 나면서 ‘열 폭주’로 이어진 것으로 일단 추정할 수 있다. 열 폭주는 어떤 경우에 일어날까. 한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배터리 열 폭주의 주요 원인으로는 ①고전압 배터리의 냉각수 누수 ②고전압 배터리의 전력 잔량(SOC) 문제 ③배터리 셀 전압과 셀 간 전압의 편차 ④배터리 모듈 온도 ⑤배터리 총 동작 시간 ⑥충·방전 시간의 누적 ⑦외부 충격 등이 꼽힌다.
인천 사고처럼 충전을 하던 것도 아니고 며칠 동안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충전 또는 장시간 사용이 배터리 화재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터리 셀 전압과 셀 간 전압의 편차, 모듈의 온도 이상 등은 배터리 셀 내지는 배터리 팩 결함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천 사고는 발화점이 된 차량이 전소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불안이 높지만 사고 발생률 자체는 매우 낮다. 지난해 기준 0.013%였다. 화재 발생률을 낮추고 효과적인 진화 작업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 학계에서는 안전성 향상을 위해 고체 전해질, 난연성 전해질 등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완성차업계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위험을 예측해 열 폭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이상을 조기에 감지해 빠르게 대응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화 장치 등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 발생 대응력을 높이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체 아래에 탑재되는 점을 감안해 상방식 스프링클러를 도입한다거나 이동식·조립식 소화 수조를 적용하는 식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한상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난 6월 전기차 화재대응 기술개발 세미나에서 “국내 지하주차장은 건축법, 소방법에 의해 제연 설비와 방화구획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전기차 화재를 고려한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