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반 이상 종교계 신뢰할 수 없다는데… “한국교회, 나눔과 섬김 사역에 더욱 힘써야”

입력 2024-08-07 03:01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계를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기고, 종교계가 사회갈등 해결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지역주민을 환대하는 사역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모든 이념을 복음의 빛 아래 아우르는 중재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공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계에 대해 ‘매우 신뢰한다’ 혹은 ‘다소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4.81%에 불과했다. 반면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절반을 웃도는 51.26%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종교계를 불신하는 비율은 여성(48.26%)보다는 남성(54.16%)이 더 높았다. 종교계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58.88%)였다. 종교계를 신뢰하는 비율이 절반을 웃도는 연령대는 60대 이상(51.35%)이 유일했다.

월평균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종교계를 신뢰하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응답자 중엔 44.03%만 종교계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으나 400만원대, 500만원 이상인 응답자들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7.87%, 56.30%에 달했다.

보수적인 사람보다 중도, 혹은 진보적인 사람일수록 종교계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보수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엔 종교계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가 절반을 밑도는 47.14%였으나 ‘중도적’ ‘진보적’이라고 자평한 이들은 각각 52.97%, 51.76%가 종교계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 해결의 주체로 종교계를 꼽은 응답률은 0.96%로 가장 낮았다. 정부(56.01%)가 가장 높았고 이어 국회 및 정당(22.04%), 언론계(4.45%) 시민사회단체(3.34%) 기업(3.05%) 교육계(1.00%) 순이었다.

신동식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에서 ‘종교=그들만의 모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신뢰도 역시 떨어진 것 같다”며 “한국교회는 지역주민들을 환대할 지속 가능한 사역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정치·젠더·세대 갈등을 해결할 교회가 오히려 갈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모든 이념을 복음의 빛 아래 아우른 사도 바울의 태도가 한국교회에 절실하다. 교회는 이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아닌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집단은 의료계(81.90%) 금융기관(74.49%) 대기업(69.87%) 등이었으며 가장 낮은 곳은 국회(21.05%)였다. 조사는 지난해 6~7월 19~75세 남녀 39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지훈 이현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