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전기료 감면,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서 추진하길

입력 2024-08-07 00:35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지속되고 있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한반도 주변 기압계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여름과 유사하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두 겹의 이불처럼 우리나라를 덮고 있다. 대기 하층부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상층부의 두 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한다. 열돔에 갇힌 전국에서 40도 넘는 기온이 관측되고, 해발 965m 고지대에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초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온열질환자도 1700명에 육박했다. 직접적인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지만, 이게 전부일 리 없다. 재작년 유럽 전역의 폭염 사망자는 각국의 온열질환 사망자 합계를 크게 넘어서는 6만명으로 추산됐다. 예년과 비교해 초과 사망자를 추려보니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폭염 희생자가 훨씬 많았다. 어떤 기상재해보다 많은 인명을 소리 없이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가 우리 여름의 일상이 됐다.

정부는 2018년부터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켜 대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대처 현장관리관을 각 시도에 급파했고, 지방자치단체도 재난대책본부를 꾸렸다. 당장 급한 것은 취약계층과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에너지 빈곤층에 무더위 쉼터 등 폭염 대비 인프라가 충분히 제공되는지, 야외작업 수칙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난 6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한 각종 폭염 대책을 서둘러 제도화할 때가 됐다. 현재 권고사항인 폭염 시 작업 중지나 유연 근무를 법제화하는 식의 입법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여름을 에어컨 없이 나기란 불가능해졌다. 여름철 생활필수품이 된 에어컨 사용의 전기료 장벽은 이제 ‘침묵의 살인자’에 맞서는 사회안전망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꺼낸 ‘폭염 전기료 감면’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여야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다. 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