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 폭염엔 신비의 얼음골,더위야 가라!

입력 2024-08-08 04:03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 얼음골 일대를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멀리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오른쪽 아래 하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약수터에 닿는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럴 땐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곳이 있다. ‘천연 냉장고’나 다름없는 얼음골이다. 우리나라에서 얼음골로 불리는 곳이 대략 20곳이 된다고 한다. 경남 밀양 얼음골과 전북 진안 풍혈냉천, 경북 의성 빙계계곡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여기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경북 청송의 얼음골은 다른 지역의 얼음골과 달리 냉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얼음물이 이가 시릴 정도로 차서 한여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 대표 명소다. ‘산소 카페’ 청송군으로 더위 사냥에 나서 보자. 청송 그 이름만으로도 푸르고 시원하다.

삼복더위에 산비탈 너덜에서 어떻게 얼음이 어는 것일까. 청송 얼음골 절벽 아래 산비탈에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응회암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너덜이 있다. 너덜 틈새로 들어간 공기는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져 아래로 내려가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외부의 덥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수분이 증발하면 온도가 더욱 낮아져 얼음이 얼게 된다고 한다. 외부 온도가 영상 32도를 넘으면 얼음이 어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여름에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얼음골 약수터.

청송 얼음골은 주왕산면 내룡리의 일명 잣밭골에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7월에 접어들면 얼음골에는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바위 틈새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청송 얼음골의 명성은 얼음골 약수터에서 나온다. 무더운 여름철 약수를 받으려는 관광객과 주민이 장사진을 이룰 만큼 인기다. 약수터 내부에 들어서면 석빙고에 들어간 느낌이다.

약수터는 해월봉 아래에 있다. 해월봉에는 계곡물을 끌어 올려 떨어뜨리는 인공폭포가 있다. 여름에는 더위를 잊게 하는 폭포로 활용하고 겨울에는 얼음을 얼려 세계빙벽대회를 연다. 높이 62m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인공폭포가 더위를 날려 보낸다. 얼음골 앞을 흐르는 계류는 영덕 옥계계곡을 지나 오십천으로 흘러간다.

신성계곡도 여름철 인기다. 절경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며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10㎞의 계곡 전체가 청송 8경의 1경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여름철 관광지로 선정될 만큼 피서지로 유명하다. 길게 이어진 녹색길은 신성리 공룡발자국화석, 백석탄 등 4곳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를 품고 있다. 방호정에서 길안천을 따라 내려가면서 공룡발자국, 한반도지형전망대, 만안 자암 단애, 백석탄 순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둘러보면 된다. 길따라 드라이브하며 볼 수 있어 더운 날에도 걱정 없다.

경북도 지정 민속문화재 제51호인 방호정은 1619년 조선시대 학자 방호 조준도가 지은 정자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묘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세웠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이 어우러져 있다. 현재 보수 공사 중이어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신성리 공룡발자국은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발견된 곳이다. 공룡시대에 습지였던 덕분에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3종의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 발자국 수는 약 400개.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발자국 화석으로 1억 년 전 거대한 공룡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공룡 모형이 설치된 소공원은 학습장과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 신성리지질학습관에는 지질공원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청송을 흐르는 길안천이 굽이치며 빚어낸 한반도지형.

신성계곡 한반도 지형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청송을 흐르는 길안천이 자유롭게 곡류하며 만든 지형으로,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호령하는 듯한 한반도 모습을 보여준다. 건너편 탐방로 전망대에 오르면 선연한 한반도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만안마을 냇가에 자리한 붉은 바위 절벽인 자암 단애.

만안마을에서는 붉은 바위 절벽인 ‘자암 단애’를 만난다. 백악기 퇴적암으로 암석의 철 성분이 오랜 세월 풍화·산화하면서 붉게 변한 절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자암 단애를 제대로 보려면 새마교를 건너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안덕면 고와리 ‘하얀돌이 반짝이는 개울’인 백석탄. 오랜 시간 물에 마모된 항아리 모양 깊은 구멍을 지닌 암반이 이색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하얀돌이 반짝이는 개울’인 백석탄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 같은 바위군(群)이다. 용암이 빠르게 흐르다 굳어버린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옥같이 맑은 물은 선계를 연상시킨다. 오랜 시간 동안 물에 마모되고 침식돼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겼다. 조선 인조 때 경주 사람 송탄 김한룡이 이곳의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 고계(高溪)라 칭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여행메모
무료 운영 청송 ‘빨간 버스’ 뚜벅이 여행자의 발… 여름철 보양식 약수닭백숙

경북 청송은 ‘여행 친화적’이다. 국내 최초로 군내 버스에서 요금을 받지 않는다. 군민 뿐 아니라 외국인이나 외지 여행객도 무료다. 차 없이 여행하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빨간 버스’는 청송 군내 주요 관광지를 모두 들르기 때문에 군내 이동을 편하게,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약수 닭백숙을 빼놓을 수 없다.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한 달기약수탕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달기약수탕 인근에는 약수와 각종 약재를 사용해 맛깔나게 끓여낸 약수닭백숙을 판매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약수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도 부담이 적다. 또 약수로 지은 밥은 푸른색 윤기를 띠며 찰기를 지녀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신촌약수탕은 달기약수탕과 같은 성분의 약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약수로 만든 닭백숙, 닭불고기, 닭날개 요리가 유명하다.

한옥 숙박도 한여름의 추억을 안겨준다. 송소고택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99칸짜리 고택 중 하나로 조선시대 ‘만석꾼의 집’이다. 고택체험과 떡메체험, 다도체험, 사과따기체험 등 청송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인근 파천면 신기리 135만5000여㎡ 부지에 조성된 청송군의 관광 랜드마크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위치한다. 연간 20만 관광객들이 찾아와 꽃구경과 더불어 맨발 걷기를 체험한다.



청송=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