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잃은 양들이 흩어져 울고 있다
초원의 사제가 드린
숫양의 기름 향기는 하늘에 닿았으나
허공을 휘젓다 외면당한
그의 손길은 차가운 돌을 움켜쥐었다
가인은 살아서 죽었고
당신은 죽어서 살아나
억만년의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을
양들의 노래를 외치고 있으니
지금 그대는 어드메쯤
목자를 잃은 양들이 외로이 풀을 뜯고 있는
풀밭으로
꽃 같은 미소 지으며 달려오고 있나요.
새에덴교회·시인
'아벨'은 피해자요 수난자이며 자기 삶에 충실했으나 연약한 지반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대변자다. 하나님이 곡물로 드린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고 양의 희생으로 드린 아벨의 제사를 받으신(창 4:3~5)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신학적 해석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아벨은 형의 시기를 받아 죽임을 당했다. 시인은 이 죽음을 중층적으로 해석한다. 가인은 살아서 죽었고 아벨은 죽어서 살아났다! 시인은 그렇게 영적인 의미의 삶을 부여받은 아벨이 목양의 풀밭으로 '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리라고 믿는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약한 자를 들어서 강하게 하고, 압박 가운데서도 신앙으로 순종하는 자를 귀하게 여긴다. 시인은 그에 대한 선명한 표상으로 아벨을 보았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