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명” 뻔한 결말에 ‘텃밭 호남’ 투표율↓ … 민주 ‘그들만의 전대’

입력 2024-08-06 01:13
지난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뽑는 8·18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아 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살지 않고 있다. 반전 없는 뻔한 결말에 올림픽까지 겹쳐 역대급 흥행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당대표 선거의 권리당원 누적 온라인 투표율은 26.47%로 집계됐다. 선거인 69만7351명 중 18만4605명만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특히 지난 3~4일 광주·전남·전북에서 열린 경선 투표율은 각각 25.29%, 23.17%, 20.28%에 그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30%를 간신히 웃돌았던 투표율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이다.

당 내부에선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활력 있게 움직이려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당대표 후보들이 경쟁해 당원은 물론 국민의 관심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지금은 ‘그들만의 축제’로 끝나는 분위기”라며 “올림픽 등 외적 변수가 있지만 당 내부적으로도 흥행시킬 동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흥행 부진 이유로는 ‘구대명’(90% 이상 득표율로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당대표 경선 구도가 꼽힌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이라 투표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호남의 한 대의원은 “지역에는 이 후보와 친명계가 지난 4·10 총선 때 자신들에게 반대한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후보들을 배제한 독선에 거부감을 가진 당원들도 많다”며 “투표해봤자 되는 후보는 뻔하니 투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당원중심정당’에 대한 반감도 거론된다. 한 중진 의원은 “투표율이 이렇게 낮다면 당원중심정당이 되더라도 전체 당원의 목소리가 모여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과다 대표된 일부 강성 당원 목소리만 당 의사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낮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는 17~18일 진행되는 ARS(자동응답방식) 투표 결과까지 합산해 흥행 부진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리당원 중 온라인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ARS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가 성공해야 민주당이 성공한다”며 “당원 여러분이 전당대회장으로 모여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당의 정권 탈환을 목청껏 외쳐 달라”고 당부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