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지명직 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다. 전당대회 기간 당내 갈등이 극심했던 만큼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당 장악을 위한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은 보류됐다. 정책위의장에 이어 여연 원장 교체 문제를 놓고 또다시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종혁 조직부총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수석대변인에는 ‘황우여 비대위’에서 임명됐던 곽규택 의원이 유임됐고 한지아 의원이 새로 발탁됐다. 전략부총장에는 신지호 전 의원, 조직부총장에는 정성국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날 임명된 당직자들은 모두 친한계로 분류된다. 김 최고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에서 조직부총장에 임명됐던 대표적인 원외 친한계 인사다. 한 의원 역시 한동훈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신 전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한동훈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았고, 정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친한계를 자임하며 한 대표를 물밑 지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내정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만장일치 추인을 받았다.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주장했던 친윤계 의원들이 표결을 요구하며 ‘흔들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 있었지만 별다른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당직에 친한계를 전면 배치한 건 당 쇄신에 필요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에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최고위원 9명 중 5명을 우군으로 확보하게 됐다.
한 대표는 다만 여연 원장에 대해선 교체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림 현 원장 역시 한동훈 비대위에서 임명됐던 인사지만 총선 패배 책임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정 전 정책위의장은 교체하면서 홍 원장은 재신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정책위의장을 둘러싼 잡음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정 전 정책위의장을 유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윤 그룹에서 유임시켜야 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해 (한 대표가)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친윤의 여론전을 의식해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이날 조경태(6선)·권성동(5선) 의원과 점심식사를 함께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주 4선 이상 중진들과 릴레이 오찬을 이어가며 접촉면을 넓힐 계획이다. 전당대회와 지도부 인선 과정에서 누적된 반한 감정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