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패닉장을 야기한 미국의 ‘검은 금요일’은 월가를 중심으로 가열 중인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한 배경으로 자리한다. 빅테크들의 어닝 쇼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국내외에선 AI 개발과 도입에 따른 실질적 성과를 두고 회의론이 일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AI 거품론은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도 있다.
5일 코스피 폭락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와 빅테크 실적 부진 악재가 겹치며 급락한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10일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2분기 수익 성장률이 둔화한 게 원인 중 하나다.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 등 미국 증시를 견인하는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의 수익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부터 50%를 넘었지만 지난 2분기 30% 아래로 하락했다.
AI 투자가 빅테크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실리콘밸리를 달군 AI 거품론에 힘이 실렸다. 지난 6월 20일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은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 금액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6000억 달러(약 822조6000억원) 매출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후하게 가정해도 1000억 달러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불과 1년 전 AI 낙관론을 펼친 골드만삭스가 가세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와 오늘날의 기술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혁신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10년간 AI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0.9%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비관했다. 오픈AI는 올해 50억 달러 정도 손실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AI 회의론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빅테크의 AI 투자 의지가 확고한 데다 투자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S·아마존·메타 등은 과잉투자보다 과소투자를 걱정하고 있다”며 “AI로 수익을 본격 창출할 시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