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속 SK하이닉스 찾은 최태원 “HBM에 안주 말아야”

입력 2024-08-06 02:32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5일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곽노정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SK 제공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누린 엔비디아발(發) 낙관론이 꺼져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현장을 찾아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반도체 사업 환경 속에서 힘을 모아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5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경영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설비를 둘러봤다. 이후 인공지능(AI) 시대 D램, 낸드 기술·제품 리더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특히 ‘넥스트 HBM’ 시대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개발 중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HBM 이후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지금은 HBM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내년에 6세대 HBM(HBM4)이 상용화되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 양산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의 반도체 현장 방문이 SK하이닉스 안팎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에 설계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의 HBM3E 공급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최 회장이 둘러본 라인은 블랙웰 제품에 들어가는 HBM3E 8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HBM3) 제품을 독점 납품하고 있는데, 하반기부터는 블랙웰 시리즈 출시에 맞춰 HBM3E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었다.

‘AI 거품론’에 대해 최 회장은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SK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효과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