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에 달하는 폭염의 날씨는 강원도 한계령의 산자락에도 엄습했다. 파란색과 흰색 셔츠를 입은 순례단원들은 파란색 깃발을 들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 깃발에는 ‘차별금지법 반대’ ‘거룩한방파제’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이른바 성오염(성혁명) 물결에 맞서는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거룩한방파제·대회장 오정호 목사)’의 5차 국토순례 행렬이었다.
지난달 11일 시작된 5차 국토순례는 인천 강화, 경기도 김포 고양 파주 의정부 연천을 지나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속초 설악항 등 총 14개 지역(총 432㎞)을 동서로 횡단했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코스다.
5일 한계령을 지나 설악항으로의 마지막 순례길에 오른 단원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눈썹으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시야를 가려 연신 눈을 비비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옷은 비에 젖어 흥건해졌다.
악조건 속에서도 단원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최종 목적지인 설악항이 보이자 단원들의 발걸음에 힘이 느껴졌다. 26박27일 동안 함께 걸으며 동고동락한 참가자들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뒤이어 열린 국토순례 완주식에선 지역 목회자들과 거룩한방파제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순례단원들을 격려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찬송가 ‘주 믿는 사람 일어나’를 힘차게 부르며 결의를 다졌다. 순례단원에겐 국토순례 완주패가 수여됐다.
이번 순례는 어느 때보다 의미가 각별했다.
순례기간과 겹친 파리올림픽에서 불거진 동성애 코드 논란에다 대법원의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등 국내외적으로 거세지는 성오염 물결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전 세계가 과도한 PC주의(정치적 올바름)로 물들어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이를 막는 방파제를 쌓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방파제를 쌓기 위해선 지역사회와 교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거룩한방파제 국토순례단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토순례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반(反)성혁명 운동 참여 여부를 두고 지역마다 목회자와 성도들 간 의견 대립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순례단이 방문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운동 참여에 반대하는 성도들을 설득하고 동참을 독려했다. 홍호수 국토순례단장은 “긴 시간 소통하면서 성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 운동의 취지를 이해하게 됐다”면서 “성도들이 각성하고 목회자들이 위로를 얻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젊은이들의 국토순례단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완주에 성공한 대학생 김건우(22)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왔기에 처음엔 확실히 와닿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차별금지법과 성오염 확산의 위험성, 그리고 이를 막아 국가와 가정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6차나 7차 국토순례가 있다면 계속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룩한방파제 국토순례는 지속될 전망이다. 홍 사무총장은 “이 나라에 거룩한방파제를 모두 연결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걷는 작은 순종의 걸음을 통해 주님이 국가와 가정을 반드시 지키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속초=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