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나만 마음 편히 살고 남은 불행해도 상관없다는 자세론 행복할 수 없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사랑의 짐을 져야 한다”며 “가족을 꾸리고 어린 자녀를 키워 제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 이것이 인생의 본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90세 목회자인 박조준 웨이크신학원 명예총장과 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에 대해 ‘사랑이 담긴 고언’을 쏟아냈다.
박 명예총장은 저출생과 관련,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행복은 사랑에서 온다”며 “자녀를 사랑하고 키우는 데서 오는 행복과 기쁨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행복은 줌으로써 받는 것”이란 이타적 행복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기주의적 행복은 자기 자신을 잃게 한다. 삶의 열매는 홀로 맺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 명예총장도 “성경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이 있다”며 “이기적인 기쁨만 추구하다 보면 행복을 느끼는 데도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평안남도가 고향인 두 사람은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는 “정권만으로 통일은 불가능하다. 인적·문화 교류 뒤 경제와 정치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급속한 성장 이후 하락세를 맞은 한국교회를 향해선 “규모와 상관없이 교회는 사회에 기독교 정신을 전수하고 살려 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노학자는 학계와 교계에서 활동했지만 이전부터 교류해 왔다. 서로를 향한 덕담도 나눴다. 김 교수는 “신앙을 갖는다는 건 곧 늙지 않는 것”이라며 “사명을 품은 은퇴 목회자의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 명예총장은 “선명한 사상으로 후대에 좋은 소식을 전하는 김 교수님은 하나님께 큰 복을 받은 분”이라며 “모세처럼 120세까지 사회에 좋은 말씀을 많이 남겨 달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