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악재 만난 전기차 시장… 3·4분기 신차 효과 타격

입력 2024-08-05 01:55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연합뉴스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로 자동차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올해 상반기 내수 부진을 3·4분기 신차 효과로 돌파하려던 업계는 뜻밖의 악재를 맞게 됐다. 경형·소형 전기차뿐 아니라 프리미엄 전기차로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을 극복하려던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EV3’를 최근 출시, 하반기 신차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며 2000만원대 전기차로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에서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도 올 하반기에 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를 출시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전기차 신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BMW는 순수 전기 SAC ‘올 뉴 iX2’를 선보인다. 레저 활동을 위한 쿠페형 자동차 SAC를 전기차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는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디 올 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 SUV’를 최근 출시했다.

3·4분기에 전기차 중심으로 승부를 거는 분위기에 이번 화재 사고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소비자 사이에서 일종의 공포(포비아)가 형성될 우려가 제기된다. 화재 원인 규명이 어떻게 되느냐, 향후 절차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포비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는 막대한 피해를 냈다. 본인 과실이 아니라고 해도 (벤츠 차주에게) 정신적 피해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자칫 높은 금액의 피해액이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전기차를 사고 싶지 않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기차 안전에 대한 신뢰 회복이 관건으로 보고 있다. 사고 조치가 합리적으로 이뤄져서 전기차 안전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생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도 적잖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매우 드문 사고에 대해 감정이입을 심각하게 했을 때의 부작용도 걱정이 된다”며 “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수정 한명오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