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 쇄신 완료? 섣부른 자평에 뒷말 무성

입력 2024-08-05 03:38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가 주도하던 ‘쇄신TF(실무작업반)’의 성과를 내부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빈축을 샀다. 임직원 공감대 없이 일부 작업을 완료했다고 자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쇄신 성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데이터나 설명 없이 성과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31일 사내망을 통해 쇄신TF의 쇄신 작업 결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태스크포스(TF) 가동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지시로 쇄신TF를 만들고 정 대표에게 쇄신TF장을 맡겼다.

카카오가 밝힌 쇄신 항목은 소통, 조직 구조 개편, 거버넌스 구조 개편, 주요 리더 선임, 조직별 인적 자원 비즈니스 파트너(HRBP) 배치 등이다. 정 대표는 임직원 약 1000명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크루톡’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5단계였던 관리자 직급 체계를 성과리더·리더 2단계로 간소화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위한 것이었다. 부동산 자회사 카카오스페이스 합병과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업무 인수를 거쳐 지난 6월 AI 통합 조직 ‘카나나’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문제는 개별 쇄신 항목에 대해 ‘완료’했다는 자평을 내놓은 점이다. 작업에 대한 후속 평가를 근거로 제시한 게 아니라 변화 자체를 두고 쇄신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새로 출범한 쇄신 전담 TF도 논란이 됐다. 카카오는 쇄신TF 대신 쇄신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어갈 ‘인사&조직문화쇄신TF’를 만들었다. 장기적으로 제도·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쇄신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당초 이 TF 명칭은 힘든 시기를 견딘 이후 찾아오는 안정화 상태를 뜻하는 ‘세컨드윈드’(second wind)TF였다. 그러나 내부에서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이틀 만에 조직명을 변경했다.

대표 산하 조직에서 쇄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조직 수뇌부에서 쇄신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