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한국체대)은 철저한 노력파 선수다. 한때는 고교 입시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였고, 국가대표 선발 실패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인 한국의 ‘양궁 언니’들을 넘겠다는 악바리 근성을 바탕으로 부단히 노력한 끝에 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활을 잡은 임시현은 본가 강원도 강릉을 떠나 양궁부가 있는 원주에서 중학교 생활을 했다. 열심히 활을 쐈지만 기대와는 달리 원하는 만큼 대회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 고교 진학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선수들 사이에 흔한 일종의 ‘스카우트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
임시현은 현장 실기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서울체고에 진학했다. 이후 피나는 연습이 시작됐다. 평일 훈련 중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다시 나타났다. 점심때 밥 먹을 시간을 쪼개 보강 운동을 한 뒤 오후 훈련에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 훈련을 쉬는 일요일에도 활을 잡았다.
임시현은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후 “한국의 양궁 언니들은 진짜 활을 잘 쏜다”며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그는 언니들을 넘고 세계 최정상에 서겠다는 목표를 가슴속에 새겼다.
임시현을 가까이서 지켜본 지도자들은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교 시절 임시현을 지도했던 민수정 서울체고 코치는 4일 국민일보에 “쉬는 시간을 거의 체력 훈련에 썼다. 하루 평균 9~10시간 운동만 했다”고 전했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이번 올림픽 기간 임시현을 비롯한 선수들이 새벽까지 자발적으로 훈련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성격과 승부욕도 큰 영향을 줬다. 임시현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평소 수다를 좋아하는 밝은 대학생이지만 양궁장에선 승리만을 생각했다.
민 코치는 “(3관왕을 앞둔) 임시현이 불안해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복잡하고 힘든 상황을 잘 이겨냈다. 안정을 찾고 멘털을 잡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강점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임시현은 3관왕에 오른 뒤 올림픽 남자 단체전 3연패의 주역인 김우진(청주시청)을 언급하며 ‘꾸준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임시현은 “그 정도 위치에서 꾸준함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앞으로 계속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정신영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