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메프 자율구조조정 승인… 업계는 “자구안 못믿어”

입력 2024-08-05 02:43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금액을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빠른 환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승인하면서 판매자와 카드사·PG사 등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티메프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는 별개로 자구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또는 투자 유치를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놓고 업계는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는 채권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별도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일 법원에서 열린 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모기업 큐텐이 제시한 해결책과 별개로 독립적 M&A나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메프가 법원에 보고한 미정산 규모는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도입된 ARS는 회사가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변제 방안을 논의하는 제도다. 법원 승인으로 한 달의 시간을 번 티메프는 채권자들을 설득해 조정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오는 13일 정부기관과 유관기관을 포함한 회생절차협의회가 열린다.

채권자도 대표협의체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티메프 측에 카드사·PG사, 소상공인 등 다양한 채권자로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생명줄을 한 달 연장했지만 첩첩산중이다. ARS에 성공한 다른 기업의 경우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거나 채무구조가 단순했다.

반면 티메프의 미정산 판매자 규모는 약 11만명으로 추산된다. 채권자 구성도 다양하다. 채권자 대표협의체 구성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티메프에서 내놓은 자구안이 채권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면 플랫폼의 비전,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고 브랜드 파워 측면에서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곳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운영 정상화는 차치하고 고객 인식 자체가 너무 부정적이라 인수 위험이 크다”며 “거기에 은행과 카드사도 등을 돌렸고 판매자들까지 이탈하는 등 이커머스의 순기능을 상실해 자금 조달 역시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면서 소비자 사이에,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판매자끼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페이코 등 페이사를 통해 여행상품을 결제한 소비자의 경우 속속 환불받고 있다.

반면 PG사는 일반 상품 환불부터 안내하고 있다. 환불 책임이 여행사에 있는지, PG사에 있는지 법리적으로 다투고 있어서다. 티메프의 해외직구몰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중국 현지 판매사들이 한국에 도착한 상품을 회수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물린 판매자들 속은 더 타들어 간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초부터 5600억원의 유동성(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이율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티메프가 아닌 위시플러스 등 큐텐 글로벌 계열사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정부 피해구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