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바이오’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관련 법 개정으로 국내 석유사들은 화이트바이오 제품을 생산·판매할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정부는 기업이 세금을 빠르게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화이트바이오는 옥수수·콩 등 재생가능한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기존의 화학적 소재를 대체하는 산업이다.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와 바이오선박유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 폐자원을 활용하는 화이트바이오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지난달 29일 국내 최초로 경기 평택항 내 종합보세구역에서 바이오선박유 수출을 시작했다. 종합보세구역은 외국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보류하거나 면제해주는 구역이다. 본래 국내 정유사들은 세금 문제로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섞어(블렌딩) 수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곳에서 블렌딩한 석유제품을 수출하면 원유 수입 때 낸 석유수입부과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부가가치세 환급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관세청에서 규제혁신의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국세청과 협력해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종합보세구역에서 혼합한 제품 수출이 가능해졌고 정유사는 석유수입부과금과 부가세를 바로 환급받을 수 있게 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섞더라도 수출로 간주해 세금을 앞당겨서 환급해주기로 한 것”이라며 “기업은 나중에 돌려받을 세금 등을 앞당겨 받으니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힘입어 연구·개발(R&D)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시행령은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는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 원료를 혼합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국내 석유 업계는 화이트바이오 시장에 투자하고 싶어도 이를 생산하고 판매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지난해 12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아 올해 1월부터 2년간 SAF 원료 생산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간 법제화 문제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SAF를 생산할 수 있었지만, 이번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R&D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화이트바이오 관련 설비 하나를 만드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며 “정부 차원에서 R&D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