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 유형은 ‘진보와 보수 간 갈등’으로, 앞으로 10년 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적 영역에서의 갈등이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성인 395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 및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58.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 및 지인과의 술자리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사람도 33.02%로 나타났다. 청년과 중장년보다 노년층에서 이런 성향은 더 두드러졌다. 또 남성(53.90%)보다 여성(60.09%)이 좀 더 많았다.
응답자들이 한국 사회 갈등 유형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고 꼽은 것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92.3%)이었다. 2018년 조사(87.0%)보다 5.3% 포인트 높아졌다. 앞으로 10년 후 심각해질 사회 갈등으로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87.66%)이 꼽혔다. 이어 빈부 갈등(79.95%), 노사 갈등(75.84%)이 뒤를 이었다.
전반적인 사회 통합도는 2021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4.17점이던 사회 통합도는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4.59점으로 높아졌다가 2022년 4.31점, 지난해 4.2점으로 하락했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노력으로 응답자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22.31%),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21.81%)을 꼽았다.
보고서는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나와 생각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형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